
더불어민주당이 증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제도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검토 절차가 생략되는 의원 입법안이 급증하면서 본회의에서 법안 한 건당 검토 시간이 1~2분에 그치는 등 과잉 입법에 사회적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국회 개회일은 46일로 연간 처리되는 법안 수 2200건을 감안하면 회당 평균 처리되는 법안이 47.8건이다. 일본(2.1건), 미국(1.4건), 독일(1.2건), 영국(0.2건) 등 주요국은 본회의가 한 번 열릴 때마다 법안 1~2건이 통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다.
본회의 때마다 처리되는 법안이 수십 건이다 보니 제대로 된 법안 심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8일 본회의는 법률안 29건이 상정됐는데 회의가 열리기 27분 전 의사일정이 통지돼 1건당 검토 시간이 1분에 못 미쳤다. 지난해 9월 26일은 2시간 47분 전 의사일정을 통지하고 법률안 83건을 상정해 건당 검토시간이 2분 정도였다. 국회 내부에서조차 본회의에 참석하는 의원들이 기본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건 의원 입법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의원 입법안 수는 19대 국회 1만 6729건에서 20대 국회 2만 3047건, 21대 국회 2만 5027건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2대 국회도 출범 1년 2개월 만에 발의된 법안 건수가 1만 1146건에 이른다. 일평균 법안 발의 수가 약 27건으로 20대(16건), 21대(17건)를 크게 넘는 수준인 만큼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 입법에 비해 의원 입법은 검토 절차가 간소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분석 시스템도 없다. 정부 입법은 입안, 관계기관 협의, 사전 영향평가,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등 국회 제출까지 5~7개월이 소요되는데 의원 입법은 모두 생략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마저 필요 법안을 의원 발의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달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도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최근 1년 동안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독립이사 전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한 3%룰 적용 등은 갑작스럽게 추가됐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입법이 지속될수록 법을 지켜야 하는 기업들은 혼란스럽다”며 “무턱대고 입법부터 한 뒤 나중에 보완하면 된다는 인식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