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고, AI로 뛰자”…경제계, 2026년 ‘성장 모드’ 스위치온

2025-12-29

새해를 앞두고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일제히 기업 성장을 막는 ‘제도 장벽’을 걷어내자는 신년사 메시지를 던졌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경쟁 무대에 선 기업 수장들은 내부 혁신과 인공지능(AI) 중심 전략으로 성장의 길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핵심 키워드 ‘탈 규제’와 ‘혁신’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메시지는 ‘될 기업을 밀어주는 규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29일 신년사에서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어서서 긴밀히 협력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평소에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도 심해지는 일명 ‘사이즈별 규제’가 한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압정형()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기업 830만개 중에 95%가 소상공인이고 소기업·중기업조차 4.7%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정책을 ‘생존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 소상공인→ 소기업→ 중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스스로의 혁신도 촉구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규모가 커졌다고 시장에서 몰아내는 방식도, 혁신없는 독점 지위를 무한정 유지하는 방식도 모두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 편익을 잠식하는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시장의 룰을 새로 세울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기존 전략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룰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에 우려를 표해 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직된 노동 규제의 재설계를 요구했다. 손 회장은 “생산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근로시간도 업무별 특성에 맞도록 유연화해야 한다”며 “특히 첨단산업의 연구 개발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금체계도 “연공 중심에서 직무 가치와 성과 중심 보상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 공통 분모 ‘AI’

경제계는 AI를 내년 성장 엔진을 재가동할 열쇠로 봤다. 내년을 ‘뉴 K-인더스트리 시대’라고 정의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AI·모빌리티 혁명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며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혁신과 미래 전략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도 “AI와 디지털 전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은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성장의 기회”라며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실행력과 속도가 필수”라고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제시한 새해 키워드도 ‘AI 비즈니스 임팩트’다. 허 회장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의 증가와 에너지 전환, AI·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은 새로운 사업 지형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축적해온 현장 중심의 전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하고, 외부 기술 기업과의 과감한 협업을 통해 임팩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여전한 불확실성…“방심할 수 없다”

올해 한국경제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전례없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 70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등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며 “반도체와 선박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고, K콘텐트의 확산에 힘입어 화장품·식품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손 회장은 대미 관세 협상 타결을 두고 “통상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류 회장은 “정부와 경제계가 똘똘 뭉쳐 조선 등 전략 산업에서 협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내년에도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윤 회장은 “경제안보라는 명분 아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 한국 무역은 또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도 “글로벌 경기 둔화, 대미 통상환경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변수들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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