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 ‘전주’

2025-10-20

다양한 재료를 한 그릇에 담아 조화롭게 비비는 ‘비빔밥’. 비빔밥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다양성과 조화를 존중하는 한국적 세계관을 담은 문화적 상징이다. 전주는 ‘비빔문화’를 대표하는 선도 도시로서, 문헌과 기록에 의해 역사와 전통을 고증받는 유일한 도시다. 1800년대 한글 조리서 ‘시의전서’에 기록된 비빔밥은 오늘날 전주비빔밥과 매우 유사하다. 전주의 비빔밥은 사골육수로 지은 밥 위에 콩나물, 산채나물, 육회와 오방색 고명을 올려낸 정성의 음식이다. 이는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색과 맛,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 철학적 음식으로 한국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주에서는 음식이 단순한 끼니를 넘어서서 풍류와 정성을 담는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반가에서 이어진 반가 음식, 넉넉한 곡창지대가 낳은 식재료, 생활 속에서 음식을 매개로 한 교류 전통은 비빔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주는 일찍부터 호남평야의 풍부한 농산물, 대규모 시장의 발달을 기반으로 ‘맛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 한정식과 콩나물국밥, 미나리 등 ‘전주십미’는 이와 같은 풍토 속에 탄생한 또 다른 대표적 성과다.

이처럼 전주의 독창성과 문화적 자산은 2012년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음식을 세계화하는 수준을 넘어, 전주 음식이 K-푸드의 세계적 플랫폼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CNN은 ‘세계 최고의 쌀 요리’ 가운데 하나로 비빔밥을 선정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주비빔밥이 조선 왕조의 역사와 전주의 문화적 유산이 녹아 있는 요리”로 소개하며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음식문화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처럼 전주 음식은 전통과 건강, 스토리텔링을 아우르는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해 온 것이다.

전주가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집약한 것이 바로 전주비빔밥축제다. 전주는 비빔밥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했고, 2007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했다. 축제는 해마다 대형 비빔퍼포먼스를 비롯해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전주만의 음식 이야기를 담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빚어내는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2025 전주비빔밥축제는 ‘비빔,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 아래 한층 더 확장된 비전을 품는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대형 비빔퍼포먼스, 세계 각국의 비빔요리를 만날 수 있는 세계비빔존, 비빔문화공간, 레트로 비빔밥 거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비빔문화를 세계적 소통의 언어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듯이, 전주비빔밥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인류문화유산으로 조명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전주비빔밥축제는 우리 고유의 비빔문화를 매개로 한 음식 교류의 장, 청년 셰프와 지역 농산물이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전주가 세계 음식문화 수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전주가 만들어가는 이 길이 한국 음식문화 세계화의 상징적인 무대가 되길 기대하며,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 ‘전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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