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리

영부인이 된 직후 김건희씨는 “보석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외 사절 등과의 디너 자리에서 자신만 주얼리를 착용하지 않아 스스로 초라하게 느꼈다면서다. 이 얘기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구매해 김건희씨에게 전달한 사업가 서모씨가 지난 8월 13일 JTBC 뉴스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마도 김씨는 대한민국의 영부인이 됐다는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공식석상에 참석한 각국 부인들의 우아한 자태와 값비싼 주얼리에 주눅이 들었을지 모른다. 상대적 빈곤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예로부터 유럽에서는 주얼리와 시계가 장신구 용도 외에도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게다가 전 세계 28개국(그중 유럽은 11개국)은 아직도 왕과 귀족제도가 남아 있는 군주제 국가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주얼리는 자연스럽게 착용자의 신분과 재산을 상징하기에 이들은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면 꼭 의상과 매칭되는 주얼리를 착용한다. 공식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의 목과 귀, 손가락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주얼리들이 무엇보다 확실한 ‘명함’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건희씨가 이 점을 놓쳤을 리 없다. ‘그래도 내가 대한민국의 영부인인데 국제 행사에 초라하게 등장할 순 없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물건이 갑자기 필수품 리스트의 꼭대기에 올랐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생각하던 초라함을 보완할 수 있는 그것이 손에 들어왔다. 온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반클리프 아펠의 목걸이다.

반클리프 아펠과 스노플레이크 목걸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제품은 1906년 프랑스 파리에 첫 부티크를 오픈한 프랑스 주얼리 하우스 반클리프 아펠의 ‘스노플레이크 컬렉션’ 목걸이다. 2022년 김건희씨가 영부인으로서의 첫 해외 순방인 나토 정상회의 당시 착용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킨 이 목걸이는 서희건설 회장이 청탁성 뇌물로 전달한 것이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서희건설 회장이 이 사실을 자수하기 전, 김건희씨는 검찰 조사에서 나토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가 2004∼2007년 무렵 홍콩에서 어머니 선물로 산 모조품이었으며 이를 빌려쓴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모조품 목걸이가 김씨의 사돈 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반클리프 아펠 측이 이 목걸이가 2015년 출시된 모델이라고 밝히면서, 김씨의 거짓 해명은 웃음거리가 됐다. 기초 사실조사조차 하지 않고 거짓 시나리오를 썼단 말이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건희씨로선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의 사돈 집에서 발견된 바로 그 목걸이의 진품 모델은 2015년 첫 출시됐지만, 목걸이의 기본 디자인은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