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KA-32 헬기, 부품 수급·노후화 등 문제로 지적
수리온, KA-32 대체 헬기로 급부상…영남권 산불서도 대활약
야간에도 진화 작업 가능…“헬기 공백 없애려면 수리온 도입 늘려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지난달 발생한 영남권 산불로 인해 역대급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헬기 ‘수리온’이 산불 진화 능력을 입증했다. 최근 러시아산 헬기가 전쟁으로 인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수리온이 이를 대체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산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리온 영남권 산불 진화 투입…KAI도 전방위 지원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산청·의성 등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수리온 군·관용 헬기가 270여 회 투입됐다.
수리온을 생산하는 KAI도 산불 진화 지원 대응을 위한 T/F를 긴급 가동하면서 산불 진화 작업을 뒷받침했다. 자사 주기장 및 우주항공청의 주기장에 계류 중인 헬기의 부품 정비, 인력과 연료 등을 지원했다.
또 헬기 관련 기술·자재 및 실시간·구간 정비도 지원했다. 이를 통해 헬기의 임무 재투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아울러 헬기 운영 고객의 요청사항도 접수하고 이를 신속하게 조치하면서 산불 발생 진화를 도왔다.
수리온은 이번 재난에서 대활약하면서 산불 진화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산림청이 가장 많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는 러시아산 KA-32인데 이 기종보다 수리온의 산불 진화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KA-32 대비 월등한 비행속도로 산불 진화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영남 산불 상황 속에서 수리온은 빠른 비행 속도를 자랑하며 약 2000리터의 물을 투하해 진화에 힘을 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헬기 속도가 빠르면 더 많이 오가면서 더 많은 양의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며 “산불 현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물을 투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비행속도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수리온의 물탱크도 현재 2톤에서 2.7톤으로 확대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에 계약한 강원 소방헬기부터 2.7톤 물탱크가 탑재될 예정으로 산불 진화 능력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문제 산적…산림청, 수리온 도입 늘려야
문제는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산불 진화 헬기 중 러시아산 KA-32가 대부분인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은 현재 50대의 산불 진화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KA-32는 29대로 비중이 58%에 달하는 주력 헬기다.
KA-32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정비에 필요한 부속품 조달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헬기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인 상황이다. 이러한 돌려막기식 운용은 단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장기화되면 헬기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A-32가 노후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림청이 보유한 KA-32 헬기 29대 중 20대가 기령이 21년이 넘었다. 노후화될수록 유지보수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가고 사고 발생 위험성도 높아진다.
결국 KA-32를 수리온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산림청이 운용 중인 수리온은 3대에 불과하지만 많은 강점을 가졌다.
먼저 KA-32 대비 경제적인 유지비가 강점이다. KA-32를 30대 운영할 경우 연간 285억 원의 유지비가 필요하지만 수리온은 30대를 운용해도 176억 원이 들어가 연간 109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신속한 후속지원도 가능하다. KA-32는 러시아 현지에서 부품이 들어오지만 수리온은 국내에서 부품 조달이 가능해 헬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KA-32는 야간 비행이 불가능해 산불 진화 작업을 주간에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수리온은 야간 산불 진화에 특화된 헬기다. 야간임무 취약점 극복을 위한 장비와 한국형 전자지도 등을 장착해 야간에도 사고 발생 위험 없이 불을 끌 수 있다. 이번 영남권 화재에서도 KA-32가 야간에는 진화 작업을 하지 못하면서 산불 피해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산림청이 KA-32를 대체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수리온 발주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3일 ‘산불 피해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지금과 같은 헬기 규모로는 앞으로 대형 산불 진화가 어렵다”며 “특히 야간 산불의 경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수준인데 특화된 야간 대응 장비 확충 등 특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수리온을 KA-32 규모만큼 도입해야 공백을 없앨 수 있다”며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피해가 크기 때문에 야간에도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수리온 도입하면서 문제가 많은 KA-32를 대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