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주주총회 때마다 저조한 의결권 행사로 ‘거수기’ 비판을 받아왔던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3월 정기 주총 시즌이 끝나면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모범 사례와 미흡 사례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4월 말에서 5월 초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사례를) 분석해 잘된 사례와 아쉬운 사례 등을 설명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에도 그런 사례를 공유해 아쉬움이 있는 수탁기관에 대해서는 별도로 통제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대한 가이드라인) 운영도 이에 발맞춰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운용사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편입한 주식에 포함된 의결권을 대리해 행사하지만 그간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도외시한 채 제시 안건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상법 박사는 이날 토론 주제 발표에서 2008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제정 후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펀드의 의결권 행사율이 2023년 말 기준 28.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의 수탁기관을 선정할 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여부를 가중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책임에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주총일 집중 문제나 기업 공시 투명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센터장은 “이달 26일에만 약 640개 기업이 주총을 여는데, 의결권 행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임원 보수 한도와 관련해 국내 기업은 달랑 두 줄로 설명한다”며 “기업들이 공개하는 정보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늘어나는 주주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주주 행동주의 기관은 주주 환원 유도 및 성장 전략 조언은 물론 정부 개혁 과제에 적극 동참하며 시장의 한 축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만큼 행동주의 기관도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