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 맞나

2025-09-02

한·미 정상회담의 든든한 조력자는 기업이었다.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등 대기업 총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지난 7월에도 관세 협상에 앞서 미국으로 떠나 정부를 도왔다.

기업의 협조는 이후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관세 협상 직후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 투자 펀드에 한국 기업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직후엔 “오늘 발표한 기업들의 투자(1500억 달러)는 3500억 달러 펀드와 별개”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1대1로 재계 총수를 만난 배경이 이해됐다. 대통령실은 총수와 면담 직후 “자유롭게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내키든, 떠밀려서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4대 그룹의 한 대관 담당 임원에게 협조의 속내를 들어봤다.

“첫째는 미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른 기업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다 같이 안 하면 몰라도, 우리만 안 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두려워서다. 대통령이 총수와 1대1로 만나 ‘기업이 뭘 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계와 함께할 때마다 ‘원 팀(one team)’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일찌감치 꼽은, 또 다른 원 팀이 여당이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여당 지도부와 상견례에서 “당과 정부가 원 팀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국민이 새 정부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자”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지고 성과를 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대통령·기업·여당’이 원 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당은 지난달 24일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업체와 노사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다음날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포함해 ‘더 독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1차 개정안을 처리한 지 50여일 만에 전개한 속도전이다. 모두 재계가 꺼리는 법안이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 8단체는 “우려를 넘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친(親)기업을 말하는데, 여당은 ‘행동대장’으로 나서 반(反)기업 한다. 이러니 기업은 정부의 진정성부터 의심한다. 원 팀, 진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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