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진 시점 15년 더 늦춰
기초·퇴직·직역 연금도 손질 시급
특위서 자동조정장치 쟁점 될 듯

국민연금 개혁안이 18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이후 국민 눈치만 보다 제대로 추진된 적 없는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 간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앞으로 매달 내는 보험료율은 기준소득의 9%에서 13%로, 은퇴 후 수급연령에 도달해 받는 연금액은 평균 소득의 40% 수준에서 43%로 오른다. 덕분에 기금 적자 전환 및 소진 시점이 각각 7년· 9년 늦춰진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지난 21대 국회부터 지루한 줄다리기를 펼쳐 온 여야가 탄핵심판과 관련해 정국 긴장이 고조된 상황임에도 합의 처리에 이른 만큼 의미가 적지 않다.
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려면 기초·퇴직·직역·개인연금까지 전반을 손질하는 구조개혁을 서둘러 재정 안정과 소득보장 강화를 꾀해야 한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른 기금 적자 전환 및 소진 시점(운용 수익률 4.5% 기준)은 각각 2048년·2064년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합의한 대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꾸려 구조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연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늦출 수 없다.
앞으로 연금특위에선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가입자 수·국민 기대수명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자동 조정되는데, 기대여명이 늘면 국민연금 수령액을 깎는 식이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기금 재정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 야당은 사실상 연금을 삭감하는 제도라며 반대해 왔다. 야당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연금 구조개혁 논의에는 정년 연장을 비롯한 계속 고용, 노인 연령 상향 문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은 64∼65세부터 수령한다. 기초연금은 65세부터다. 정년을 늘려 연금 수령 시기와 일치시켜야 ‘소득 절벽’이 해소된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임금체계 개혁과 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개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한편 노사가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지원해주는 게 정치권의 몫이다. 정년 연장 해법을 찾는다면 65세인 법정 노인 연령을 상향하려는 정부도 확실한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연금 구조개혁·정년 연장 등은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따르는 사안인 만큼 여야가 다시 한 번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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