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의 연금개혁이다. 30년 후 기금 고갈 우려에도 정치권이 연금재정 개혁을 미뤄온 건 아쉬움이 크나, 더 늦기 전에 모수개혁을 성사시켜 다행스럽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정국과 여야 대치 상황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도 평가할 만하다. 여야는 함께 국가 현안을 푼 협치 성과를 동력 삼아 연금 구조개혁과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민생 현안 해결에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올린다. 소득대체율은 기존 41.5%에서 내년부터 바로 43%로 인상된다.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군복무 크레디트는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두 배 늘고, 출산 크레디트도 첫째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국민연금의 지급보장도 명문화한다. 지난해 시민들이 참여한 연금개혁공론화위 결정이 대부분 수용된 것이다.
모수개혁은 지난해 4월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구조개혁과 병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무산됐다. 날마다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던 다급한 상황을 감안하면 할 수 있는 개혁조차 안 하고 연금재정만 악화시킨 정부·여당 책임이 가볍지 않다.
여야는 이날 연금특위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제 특위에서 기초·퇴직·직역·개인연금 등과 연계한 보다 큰 그림의 연금 구조개혁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계층·세대 간 연대로 시민 노후를 보장하는 복지제도다. 따라서 구조개혁 논의는 연금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노후보장 내실을 기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연금 수급액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특위에서 논의하되 시민들의 ‘자동삭감장치’ 우려도 큰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와 민생의 주름살이 심각하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 폐업과 실업자들이 빠르게 느는데 관세전쟁 파고까지 닥쳐 수출마저 불투명하다. 여야는 서둘러 추경에 합의해 얼어붙은 경제와 민생에 온기가 돌도록 해야 한다. 늦어질수록 경기 부양 효과만 떨어진다. 1년 넘게 국민들을 한계로 내몰고 있는 의료대란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정치권은 그동안의 민생 책무 방기를 성찰하고, 절제와 구동존이 자세로 빠르게 해법들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