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협상할 '통상 특사' 시급…R&D만이라도 주52시간 유예를"

2024-12-31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협상을 잘하려면 신뢰받는 채널이 구축돼야 합니다. 최소한 통상에 대해서는 현 통상교섭본부장, 아니면 국회가 ‘대외통상 특사’를 정해서 미국에 이 사람에게 오소리티(authority·권한)를 줬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연세대 특임교수)은 26일 연세대 대우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익이 달린) 통상은 수출을 잘하는 것인데 정치적인 것을 따지고 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는 대외 관계에서는 동맹국도 압도하기를 희망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한국에 더 큰 시련을 안겨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관세를 앞세워 최대 무역적자국이던 중국을 집중 타격했다. 그런데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니 다른 나라들이 수혜를 얻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줄였지만 그사이에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 베트남, 대만 등에서는 적자가 늘었다. 문 전 장관은 트럼프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적자냐 흑자냐'부터 묻고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에서 무역흑자를 여덟 번째로 많이 내는 나라이고 그 폭이 1기보다 4배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문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당시를 설명하며 “예상보다 높은 (보호무역) 조치가 나오더라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게 트럼프 행정부”라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의 투자로 인해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중국과 연계된 안보 사항인 군함 정비 등 조선업 협력 문제, 중국의 제3국 우회 수출 문제 등 트럼프의 핵심 관심 사항에 대해 우리 측의 입장을 마련해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당시) 한 가지라도 원하는 협상을 빨리 끝내는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차 한국이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타임 컨슈밍(time-consuming·시간 낭비)을 하고 있다”며 “초당적인 차원에서 미국 등 상대국과 신뢰할 만한 협상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 전 장관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시대의 무역 질서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기 요인”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는 “넓은 국토나 인구에 기반한 내수시장, 부존자원 없이 우수한 인력과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해온 우리는 첨단 기술과 그 기반 산업을 갖추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소외될 위기에 직면한다”며 “5년·10년 뒤 앞서갈 초격차 기술인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바이오, 그린에너지, 희유 및 대체 소재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무역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전 장관은 “중국의 무서운 경쟁력 상승을 우리는 냉정하게 평가하고 긴장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중국의 기술 성장이 주춤하며 우리가 시간을 벌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반대로 중국이 첨단산업 자립에 더 매진하게 하는 자극을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규제를 풀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의) TSMC는 별동대 몇백 명을 만들어 24시간 3교대로 삼성전자를 쫓아갈 기술을 개발했고 (한국은) 중국과의 기술적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연구개발(R&D) 분야만이라도 노동시간 주 52시간 제도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R&D는 52시간을 따져가면서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라며 “원하면 몇 개월은 온 힘을 다해 일하고 다시 몇 개월 휴가를 갈 수 있게 해야 지식 경제, 지식 산업이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현재 수출 플러스는 단기적 반등”이라며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을 하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수출의 온기가 내수까지 전달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수출로 획득한 자본이 미래 발전을 위해 재투자돼야 강소기업이 생기고 고용이 창출된다”며 “부동산 투자, 사교육 지출에 자원이 낭비되고 가계부채 부담만 증가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기술 개발 역량 부족으로 성장이 부진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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