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우 교수 “무조건적 협력 아닌... 개인 고유성 살린 협력 중요해” [신년인터뷰]

2025-01-01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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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업 기반 한국에 가장 잘 어울렸던 ‘우리’ 현재는 젠더 갈등 ‘세계 1위’... 사회 분열 심각 오랜 세월 쌓여온 ‘세대간 갈등’도 현재 진행형 정부·지자체 교류의 장 만들고 관계 맺기 나서야

과거에 비해 삶을 공유하는 바운더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이웃 사촌’, ‘옆집 사는 친구’라는 말은 과거를 다루는 추억의 드라마 소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아닌 혼자 살아가는 삶을 더욱 추구하고 있다. ‘혼밥’, ‘혼여행’, ‘혼놀’과 같이 혼자 하는 것을 강조하는 신조어들은 매일 쏟아지고 있다. 세대, 성별, 성향 등으로 나뉘며 자신과 다른 이를 배척하고 점점 홀로 잘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우리의 힘’을 보여준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여럿이 되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이뤄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사회 구성원들은 ‘우리’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구 교수를 만나 2025년, 현대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봤다.

Q. ‘우리’는 사전적 의미로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어떤 사람이 자신과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사회에서 ‘우리’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우리’는 ‘협력’이다. 협력은 어디에 꼭 속해 있어야 하는 등의 집단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원래부터 ‘우리’라는 DNA를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라는 것은 우리나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잘 해왔던 것이며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 같은 것이다. 과거부터 혼자가 아닌 함께 협력하는 농업을 해오면서 ‘우리’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 서로 돕고 보조하며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Q. 지역, 세대, 정치 성향 등 우리나라는 현재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되지 못하고 분열돼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린다면.

A. 우리나라만큼 심각하게 분열되고 갈등을 겪는 곳은 없다. 한 국제기구에서 조사를 했는데 한국이 젠더 갈등이 전 세계 1위였다. 객관적인 통계로 봐도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나뉘어지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갈등은 곧 적대심으로 바뀌고 이러한 적대심은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로 인한 세대 차이, 정치 성향에 따른 갈등도 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분열됐고, 갈등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2030세대는 7080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국회와 광화문으로 갈라졌다. 또 같은 성향의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성별에 따라 움직임이 나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 된 모습, 단일대오의 모습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분석하고 진단을 해야 할 때다. 이제는 왜 분열됐고, 왜 갈등을 겪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Q. 사회의 많은 분열 속에서도 유독 오래전부터 세대로 인한 분열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르고 세대를 나누는 말들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세대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A.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감해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공감하기 전에 ‘이해’를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공감에 앞서 이해를 해야 한다. 상대방을 알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방법의 첫걸음이다. 2030 젊은 세대들이 7080 어르신들을 가장 많이 보는 곳은 바로 ‘지하철’이다. 출퇴근길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서 만나는 대부분의 어르신은 2030세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못한다. 고령으로 인해 잘 들리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진 것 뿐인데, 2030세대에겐 이 어르신들이 그저 밀고 함부로 잡는 ‘무례한 어른’이라는 이미지만 심어 주게 되면서 혐오가 쌓인다. 하지만 지하철 이외에 젊은 세대와 노인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의 경우 세대, 성별,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많이 조성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이들과 접하고 친숙함을 느껴야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좋은 사귐을 하나의 경력으로 만들어주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청년들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어른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그저 개인의 스펙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회에서 어울리는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또다시 갈등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조언을 해주는 진정한 어른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도 세대 갈등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세대 갈등은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선 이러한 세대 갈등 상황을 경청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Q. 우리나라에서 ‘우리’라는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던 순간과 현재 ‘우리’라는 문화가 가지는 차이는 무엇인지. 또 2025년 ‘나보다 우리’가 되기 위해 지역사회가 해야 하는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A. 우리는 과거 ‘협력’의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협력 개인’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우리 사회를 풀어낼 때 ‘각자도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나 살아가는 방식, 일을 해내는 것 모두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함께하는 ‘협력’은 삶의 원리이자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요소다. 각자도생, 혼자 산다고 말하지만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노력이 집단의 지성이 되고 이는 곧 경쟁력이 된다. 협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각자의 의견을 도출하고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논의하는 것도 협력이며 논의로 인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

이 때문에 과거 무조건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강했다면 지금의 현대 사회는 개인의 고유성과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함께하는 협력을 더한 ‘협력 개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재 개인의 삶은 잘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가 만남을 이루는 장은 거의 없다. 성남시의 경우 커플 매칭 프로그램인 ‘솔로몬의 선택’을 운영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는데, 이는 관계를 맺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지자체가 연결의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년은 어른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어른은 청년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니어-영세대 역멘토링, 남녀가 함께 만나는 매칭 프로그램 등 지자체가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협력하는 삶의 방식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국가의 전통을 개인의 인권이나 고유성에 잘 접목한다면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성균관대 인권과 개발센터 소장 △법원행정처 △서울고법 양성평등 심의위원 △미국 사회학회 선출직 운영위원 △법무부장관상 수상(2020년) △저서 생존십-협력 개인의 출현(2024년),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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