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주민 추방 등 가혹한 현실을 고발한 영화 <노 어더 랜드>(No Other Land)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함께 만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활동가들은 함께 연단에 올라 “팔레스타인 파괴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강한 반전 메시지를 냈다.
영화는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내 자국민 정착촌을 건설하며 팔레스타인 마을 파괴 및 주민 추방을 자행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불가능해 보이는 우정도 이야기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활동가 네 명이 2019년부터 4년간 촬영한 영상을 영화화했다.
감독이자 팔레스타인 활동가 바셀 아드라는 수상 소감에서 “두 달 전 아빠가 됐다”며 “제 딸이 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항상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안지구 웨스트뱅크 마사페르 야타 출신이다. 아드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점령하에서 폭력, 주택철거, 강제 이주를 매일 두려워하며 견뎌내고 있다”며 “인종청소와 불의를 멈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인이자 아드라와 함께 이 다큐를 만든 유발 아브라함은 “극악무도한 가자지구 파괴 행위가 멈춰야 한다”며 “(2023년) ‘10월7일’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잡혀간 이스라엘 인질에 대한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측의 폭력 행위를 모두 규탄한 것이다.
아브라함은 “우리가 얽혀 있다는 것을 볼 수 없느냐”며 “바젤의 사람들(팔레스타인인)이 안전할 수 있다면 나의 사람들(이스라엘인)도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보이지 않냐”고 했다. “다른 길이 있습니다. 삶으로 나아가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아드라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마사페르 야타 출신의 활동가로, 이스라엘군의 마을 철거에 저항하며 마을의 현실을 기록해왔다. 그러던 중 바셀은 팔레스타인에 온 젊은 이스라엘 언론인 아브라함과 친해졌으며, 함께 이 다큐를 만들었다.
‘노 어더 랜드’는 올해 아카데미 수상에 앞서 제45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다큐멘터리작품상), 제59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다큐멘터리상, 특별상), 제36회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시네필상’을 받았다. 아드라와 아브라함 감독은 지난해 프랑스 유럽 외무부가 수여하는 ‘용감한 기자상(안나 폴리코브스카야 아르만 솔댕상)’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