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에 사는 60대 사기 피해자 현모씨의 말이다. 그는 19일 통화에서 “사기 범죄로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국내로 송환한 게 정쟁으로 번지는 게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납치된 국민을 구조해 오랬더니 구금된 범죄자를 데려왔다. 문신을 보고 국민이 놀랐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다. 정부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한국 대학생 사건이 알려진 뒤,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현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을 지난 18일 국내로 압송했다.

현씨는 지난해 3월 주식 리딩방과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당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공유된 주식 투자 정보를 그대로 믿고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초기엔 수백만 원의 수익이 났다. 사기범들은 위조된 증권 거래 사이트로 현씨를 유도했다. 이후 지속적인 인출 요구가 이어졌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현씨 명의 휴대전화 4대가 개통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현씨는 30년간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착실히 모은 재산 약 1억 원을 몽땅 잃었다. 법원에 개인파산까지 신청했다. 지난해 8월 대구 서부경찰서에 범죄 피해를 신고했지만, 당시 수사관은 “폐쇄회로(CC)TV 등으로 수거책을 추적한 결과 돈이 이미 캄보디아로 다 넘어갔다”고 말했다. 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둔 탓에 수사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씨는 “직장을 잃고 일생 모은 돈도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며 “수면제 없인 잠을 이루기도 어려웠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봤다”고 털어놨다.
현씨는 “동남아를 근거지로 한 온라인 사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이 쏠린 지금,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정쟁으로 날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사기는 기시감이 큰 탓에 피해가 반복돼도 사회적 공론화가 어려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 정비와 예방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단 것이다. 그는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들이 입법 기관에 기대하는 건 말싸움이 아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 사이버 범죄 형벌을 강화하고 수사 인력 확충, 재외 공관 인력 보강 등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현희 “군사적 조치·ODA 중단 검토”…교민 사회 “피해 보는 건 교민뿐”

여당 정치인의 ‘군사적 조치’ 거론 등 캄보디아를 자극하는 과격 발언 역시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전현희 의원 발언이 캄보디아 교민 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전 의원은 “캄보디아에 대해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선 안 된다”며 “캄보디아 정부가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면 정부 간의 공적개발원조(ODA) 중단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김병기 원내대표가 “군사적 조치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교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교민 박모씨는 “캄보디아는 태국과도 현재 전쟁 중인 국가인데, 이런 말을 함부로 해선 큰일 난다”며 “정치인의 경솔한 발언에 피해 보는 건 교민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