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간판급 기업 규제' 잇따라 연기…미·중 추격 고삐 죈다

2025-04-14

유럽연합(EU)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한다. 기업의 환경·사회적 영향 보고와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핵심 규제의 시행을 최장 2년 연기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행정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시행 연기에 관한 이행법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EU 관보에 게재되는 즉시 발효되며, 회원국들은 연말까지 국내법에 변경된 일정을 반영해야 한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대기업과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규정이다. CSDDD는 대기업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제 노동 등 인권·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날 EU가 시행 연기 관련법을 최종 승인하면서 두 법안 모두 1∼2년씩 미뤄진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EU는 과도한 규제가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판단하고 '규제 간소화'를 다루는 옴니버스 패키지를 수립해 기업의 부담을 즐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결정도 옴니버스 패키지에 포함된 것으로 약 한 달 반 만에 신속히 처리됐다. 전격적인 규제 완화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가운데 EU 역시 달라진 현실에 맞춘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폴란드의 아담 슈왑카 EU담당 장관은 이번 결정이 "관료주의 타파를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며 "역내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EU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두 법안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1기 행정부(2019∼2024) 당시 간판 녹색산업 정책인 그린딜(Green Deal)의 핵심 성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출범한 폰데어라이엔 2기는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기업의 행정 부담을 35% 이상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도 지난해 발표한 'EU의 미래 경쟁력' 보고서에서 CSRD와 CSDDD에 대해 "규제 부담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EU가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사이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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