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안경이 중국 전자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흐름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가 출시한 레이밴(Ray-Ban) 스마트 안경이 빠르게 인기를 끌면서 나타났다. 투명 디스플레이로 설계된 이 스마트 안경은 기존 안경과 유사한 형태를 가졌으며 헬멧 장착형 디스플레이보다 더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징둥(京東)닷컴에 따르면 중국 쇼핑 축제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피크 시즌 한 달간 AI 스마트 안경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레이냐오(雷鳥·Rayneo)·엑스리얼(XREAL)·메이쭈(魅族·Meizu) 등 중국 국내 제조업체의 모델은 각각 1000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달 출시돼 1699위안(약 32만7000원)에 팔린 '레이냐오 에어3(Rayneo Air3)'는 5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팔린 독립형 증강현실(AR) 안경이 됐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안경의 시장 규모는 2023~2028년 연평균 14%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중 가장 유망한 시장 중 하나로 중국이 꼽힌다.
특히 중국은 카메라·렌즈·칩·배터리·센서 등 부품을 포함해 AI 안경의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강력한 소비자 가전 공급사슬을 갖추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테크기업, 앞다퉈 '각축전'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이제 스마트 안경 시장의 점유율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화웨이는 스마트 안경의 대기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특허를 발표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 공식 홈페이지에 '스마트 안경'을 검색하면 확인되는 특허 출원 건수만 해도 2000건이 넘는다.
지난 12일 바이두 자회사 샤오두(小度)는 AI 기반 스마트 안경의 출시 임박을 알렸다. 거대 언어 모델(LLM)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기기는 ▷사진 ▷음악 재생 ▷내비게이션 ▷음성 통화 등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을 통합하도록 설계됐다. 더불어 LLM 덕분에 실시간 번역, 회의록 정리, 여행 중 시각 정보 분석을 통한 실시간 지식 Q&A를 제공할 수 있다.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둔 AR 제조업체 로키드(Rokid)도 AI 안경 열풍에 올라탔다. 지난주 알리바바의 LLM과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에 판매할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안경 착용자는 박물관 전시품을 보는 즉시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여행 중 이름 모를 식물과 동물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
'AR+AI' 안경은 전문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어 중국 제조업의 지형을 재편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페이(合肥)에 위치한 징아오(晶澳)태양에너지테크회사의 스마트 태양광 모듈 공장. 한 엔지니어가 5G 기능을 갖춘 안경을 쓴 채 조립 기계에 시선을 고정한다.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이미지를 캡처하자 AI 알고리즘을 지원하는 AI 시스템이 단 1초 내에 상세한 장비 검사 보고서를 신속하게 제시하며 상태를 보고한다.
"진동 없음, 클램핑 정상, 나일론 블록에 돌출된 나사 없음."
이같은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생산라인의 효율은 무려 50% 이상 높아졌다.
지난 8월에는 스타트업 기업 펑차오(蜂巢)테크가 렌즈 없는 AI 오디오 안경 제환(界環)을 출시했다. 해당 안경은 무게가 30.9g에 불과한 초경량 모델이다.
이 모델은 배달기사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인스턴트 메시지 팝업 알림은 물론 이모티콘까지 이해해 사운드 알림으로 요약해 주기 때문이다. 배달기사는 이동 중에도 안전한 상태로 고객의 주문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음식 배달기사는 "한 달에 배달량이 약 900건이었는데 안경을 쓰기 시작한 후 1000건 이상으로 늘었다"면서 "월 수입도 1000위안(19만3000원)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출처 신화통신
정리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