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AI(인공지능)의 파고가 산업 전반을 덮치고 있다. 일상은 물론 기업 경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제약바이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ABCD(AI·Bio·Culture·Defence)’ 산업을 차세대 국가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부터 임상, 생산까지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AI와 바이오의 융합에 있어 국가와 개별 기업을 아우르는 협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하나가 이러한 변화에 온전히 대응하기에는 구조적, 규제적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전 산업에 규제와 상용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기본법은 지난해 5월 시행된 EU(유럽연합)의 AI법에 이은 세계 두 번째 AI 관련 포괄적 법안이다.
EU의 AI법이 기본권 보호를 위해 AI 규제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국내 AI기본법은 규제를 최소화해 AI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의약품 분야는 다루지 않지만 의료기기를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한다. AI 의료기기 사업자는 스스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이행의무가 있고 환자나 의료진 등에게 AI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다만 유럽과 달리 규제를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어 산업 위축을 방지하고 진흥을 우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주도의 AI 역량 육성 방침은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AI 도입과 활용을 가속화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블랙웰 GB200 26만 장 공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GPU는 AI 모델에 필수적인 칩셋인데, 특히 블랙웰은 차세대 슈퍼칩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며 확보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SK·현대차는 각 5만 장씩, 네이버 클라우드는 6만 장을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했고 정부는 5만 장을 확보했다. 정부는 이 중 276억 원 상당의 블랙웰 512장을 의과학 및 바이오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는 컨소시엄 두 곳에 지원하겠다며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AI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루닛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과 KAIST 중심의 컨소시엄을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수행팀으로 선정했다.
루닛 컨소시엄은 ‘분자에서 인구까지 전주기 의과학 혁신을 위한 멀티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헬스케어, SK바이오팜, 아이젠사이언스, 트릴리온랩스, 디써클, 리벨리온, 스탠다임 등 기업 7곳과 KAIST·서울대 등 대학 연구실 6곳,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의료기관 9곳이 참여한다. KAIST 컨소시엄은 AI를 활용해 단백질, 핵산, 리간드 등 생명현상의 핵심 분자구조를 정밀 예측하는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 개발이 목표다. 머크, 히츠, 아토랩 등 기업 3곳과 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협회 등 기관 5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민간단체인 제약바이오협회는 컨소시업 참여 외에도 기업들의 AI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글로벌 5대 제약바이오강국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 개발 전임상·임상모델 개발사업’ 총괄기관이자 제1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돼 앞으로 4년 3개월 동안 약 371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개발하고 전임상·임상 단계를 연계해 전주기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올해 제약바이오협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건립한 미래관에서는 내달부터 ‘AI 신약개발 SDL(자율실험실)’도 운영하기 위해 제반시설을 구축 중이다. AI 신약개발 SDL은 AI가 ‘두뇌’, 로봇 공학이 ‘손발’의 역할을 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24시간 신약 후보물질을 스스로 연구하고 실험 및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제약바이오협회 산하 AI신약연구원이 AI 신약개발 SDL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오는 7일 제이슨 하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를 초청해 제약 R&D의 도전과제와 SDL의 필요성, 최신 적용사례 등 글로벌 수준의 AI실험 자동화 트렌드 교육에도 나선다.
AI신약연구원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신약 타깃을 발굴하거나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AI 기반 신약개발 융합인재도 양성한다. 표준희 AI신약연구원 원장은 “AI 분야에서 미래 수요가 높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글로벌 석학을 초대해 기술을 같이 연구·활용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를 지속 마련할 계획이다”면서 “정부에는 현장의 AI 정책 수요도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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