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11.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 방안으로 '2~3월 하야, 4~5월 대선'을 제시했으나 무산된 것이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직접적 소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42분부터 약 29분 가량 방송된 7000여자 분량의 담화문에서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라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제시한 조기퇴진안인 '2~3월 하야, 4~5월 대선'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담화에서 "제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약속을 5일만에 뒤집은 셈이다. 당이 제시한 질서있는 퇴진안에 대한 설득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7일 이후로도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퇴진 방안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이 같은 과정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정국안정화TF(태스크포스)의 핵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안을 만들어주면 대통령실하고 대화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안을 내면) 저기(대통령실)서 받아들이는 걸로 생각하니까 이게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정상적 절차에 의해 통화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있으면 그 사람 중에 친한(친한동훈) 의원들이랑 친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식으로 의견이 교환된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직접 접촉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지난 6일에도 (한 대표)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을 (대통령실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양자 간 직접 소통은 없었다고 밝혔다. 단 여당의 조기 퇴진안을 거부한다는 대통령의 의사가 여러 경로로 확인됐던 상황이라 직접 대화가 무의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등 다양한 경로로 (조기퇴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의사를 확인했었다"며 "대통령이 지금 거의 직무정지급이니 (직접) 내 뜻은 이렇다하고 전달해 왔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소통이 사실상 중단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 등에 대해 한 대표와 만나고자 했지만 한 대표 측에서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사실상 하야를 거부했고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탄핵(소추)에 찬성하자 말씀드린다"고 전날 의원총회에서 발언했다. 하야 등을 통한 질서있는 퇴진 논의는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으로,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찬성표)가 나와야 탄핵안 가결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서는 7명의 의원(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상욱·김재섭·진종오·한지아 등)이 대통령 탄핵에 공개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