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세포 내 유전자 ‘라트로필린-2(Latrophilin-2)’ 결손이 ‘확장성 심근병증’을 유발한다는 병리 기전이 최초로 규명됐다. 이는 심부전 치료제 개발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에 대한 원인 규명과 심부전 질환 치료제 개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2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효수 의생명연구원 교수팀(조현재 순환기내과 교수, 김민준 심혈관연구단 연구원)은 ‘심근세포 특이적 라트로필린-2 결손 마우스 모델’을 제작하고, 그 형질을 분석해 확장성 심근병증의 새로운 병태생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5년 전 라트로필린-2가 심근 줄기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며, 결손 시 배아 발달 단계에서 심장 발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배아 치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성인 심장에서 라트로필린-2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유전자 조작 마우스(생쥐) 모델을 제작하고, 이후 2년 동안 그 형질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연구 결과, 타목시펜을 투여해 심근세포에서 ‘라트로필린-2’를 제거한 쥐는 며칠 사이 갑자기 사망하는 현상을 보였고, 심근경색증 모델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트로필린-2가 결손되면 심장의 확장 및 심근세포 결합 약화로 수축력 저하와 심부전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심근 내 신호전달 경로(p38-MAPK)의 활성이 저하되고 그 결과 심근세포 간 결합 인자들(Adherens, Desmosome, Connexin)의 발현이 감소해 심근 섬유들이 해체된다.
라트로필린-2 결손은 동시에 미토콘드리아 조절 단백질(PGC-1α) 발현을 감소시켜 미토콘드리아의 양이 줄어들고 구조가 파괴돼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져 심장 기능을 나쁘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병태생리를 증명하기 위해 ‘p38-MAPK 경로 활성제’를 투여해 라트로필린-2 결손 쥐의 확장성 심근병증이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라트로필린-2 결손으로 인한 심부전을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심부전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부전의 대표적인 형태로, 현재는 보조적인 약물 치료만 존재하고 심근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김효수 교수는 “심장은 지속적으로 박동을 유지해야 하므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심근세포 사이의 물리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라트로필린-2가 심근세포에서 결손될 경우 이러한 기능과 구조가 손상돼 심부전 및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트로필린-2는 쥐와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며 “현재 라트로필린-2 유전자 치료제, 라트로필린-2라는 세포표면 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는 리간드를 치료제로서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심혈관학 기초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Circulation Research’(IF: 16.5) 최근호에 발표됐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