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환자가 호르몬수용체를 지녔는지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된다. 전통적으로 호르몬수용체 유무에 따라 양성과 음성으로 대분류한 후, ‘HER2 단백질’ 유무로 나누었다. HER2는 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를 말하는데,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유방암ㆍ췌장암 등에서 생성되며 암세포 증식을 일으킨다. 기존 분류법에 따르면 전체 유방암 환자 중 HER2 음성 그룹이 85%가량인데, 최근에는 음성 그룹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기존 HER2 음성 그룹 가운데 45~55%는 HER2 저발현 그룹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얼마전 새로 내놓은 유방암 항암 신약인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이런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항암제다.
HER2 저발현 그룹이 HER2 음성 그룹보다 유방암 재발 예측점수가 높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새롭게 주목받는 ADC 약물 치료 전략 수립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ㆍ국윤원 교수ㆍ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이새별 교수팀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두 병원을 찾은 호르몬수용체 양성이며 HER2 음성인 유방암 환자 2295명을 대상으로 재발 여부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연구대상 집단을 HER2 저발현 그룹(1351명, 58.9%)과 HER2 음성 그룹(944명, 41.1%)으로 분류한 후, 각각 집단의 유전자 기반 재발 예측점수(RS)를 살폈다. 그 결과, HER2 음성 그룹 평균 재발점수는 17.802점, HER2 저발현 그룹 평균 재발점수는 18.503점으로 각각 나타나 HER2 저발현 그룹이 음성 그룹보다 더 큰 유방암 재발 확률을 지닌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HER2-zero 그룹과 HER2-low 그룹 간의 고위험 RS 비율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HER2-zero 그룹에서는 고위험 RS 비율이 12.4% (944명 중 117명)이었고, HER2-low 그룹에서는 고위험 RS 비율이 17.0% (1351명 중 230명)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연구팀은 HER2 저발현 그룹과 HER2 음성 그룹에 대한 예측점수 26점 이상 되는 고위험 비율도 보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안성귀 교수는 “HER2 저발현 그룹과 기존 HER2 음성 그룹 사이 분자적 차이를 분석한 연구는 많이 시행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재발예측점수와 HER2 발현 정도의 상관관계를 살핀 가장 큰 규모 연구 중 하나로, HER2 발현 수준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접근을 위한 후속 연구의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유방암 연구(Breast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