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자전거·채식·도심 무차량 등 저탄소 생활양식 전환을 목표로 한 기후정책이, 설계 방식에 따라서는 시민들의 친환경 가치(녹색 가치)를 약화시켜 다른 환경정책에 대한 지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정책을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민의 신념과 가치가 정책에 의해 강화되거나(크라우딩 인)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 설계의 핵심 변수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트린 슈멜츠(덴마크공대·산타페연구소)와 새뮤얼 보울스(산타페연구소)는 독일 성인 3,306명을 대상으로, 같은 생활 변화라도 ‘권고(자발)’일 때와 ‘강제(단속·처벌 수반)’일 때 수용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게재됐는데 강제 조치가 도입되면 “자유를 제한한다”는 인식과 함께 부정 반응이 크게 늘었고, 이는 이미 친환경 생활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의향이 있는 집단에서도 관찰됐다.
특히 연구진이 ‘통제 비용(cost of control)’으로 정량화한 결과, 기후정책에서의 통제 비용이 코로나19 관련 조치보다 평균 52%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95% 신뢰구간 제시).
연구는 이런 반응을 경제학·심리학에서 말하는 통제 혐오(control aversion) 및 동기 잠식(크라우딩 아웃)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강제·단속이 강해질수록 ‘내가 원해서 한다’는 내재적 동기가 약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친환경 행동과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가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강제 정책을 무조건 피하자는 결론이 아니라, 반발을 최소화(또는 역전)할 수 있는 설계 조건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납득되는지 ▲사생활·신체에 대한 침해로 인식되지 않는지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대안을 제공하는지 등이다. 예컨대 단거리 항공 제한처럼 대체 수단(철도 등)이 충분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반대가 덜할 수 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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