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8일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정책 공약집을 발표했다. 대법관 증원 공약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명분 아래 제시됐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상고심 개선책 중 하나로 논의돼 오던 대법관 증원 카드를 수면 밑에서 끌어올렸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자는 법안(김용민 안)이 나온 뒤에 100명으로 늘리자는 법안(장경태 안)과 대법관 3분의1을 비법조인으로 하자는 법안(박범계 안) 등이 연이어 나와 법조계와 학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자중하라”고 지시해 장 의원과 박 의원의 법안을 철회시켰지만, 공약집을 통해 대법관 증원 자체는 추진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 후보는 사법부 견제책의 하나로 법관평가위원회 설치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검찰 개혁 방안으로 기존에 민주당이 추진해 온 수사·기소 분리 외에 탄핵 없이 검사를 파면할 수 있는 징계 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검사는 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파면은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후보의 공약집엔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인공지능(AI) 육성이 비중 있게 실렸다. 이 후보는 “AI 대전환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AI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대통령실에 AI정책수석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추상적이지만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 기술 확보, 세계 최고의 AI 인재 양성체계 마련 등도 공약에 담겼다.
이한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국민의힘의 AI 공약과) 아주 많은 점이 비슷하다”며 “국민의힘도 비슷한 공약이라 열심히 협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공약집의 성장 전략에 대해 “모방에서 창조로 가는 기술 주도형 성장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삼았고, 그 속에는 AI와 문화 콘텐트, 에너지 고속도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대표 브랜드였던 ‘기본소득’ ‘기본사회’와 관련해선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정도의 내용만 담겼다. 구체적 관련 정책은 농어촌주민수당이 유일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3년 동안 엉터리 국정 때문에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다”며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공약들은 제가 하지 말라고 해서 많이 뺐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사 중 하나인 정부조직 개편은 기획재정부 개편과 기후에너지부 신설만 공약집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기재부 개편에 대해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금융정책 부문이 해외 금융 부문은 기재부가 하고, 국내 금융 부문은 금융위원회가 하고, 금융위가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는 등 뒤섞여 있어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그(기재부와 기후에너지부) 외에는 웬만하면 기존 부처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정책 중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2국가’라고 규정한 만큼 과거 문재인 정부 때보다 톤 다운된 내용들이 공약에 포함됐다. 비핵화는 ‘단계적·실용적 접근으로 중장기적 비핵화 추진’이라는 표현으로 장기 정책으로 분류했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대신 ‘한반도 평화구조 구축 프로세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외에 EBS 교재(전자책) 초·중·고 전 학년에 무상 제공, 외로움 정책 전담 차관 신설, 인문계 대학생 대상 국가장학금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특별감찰관 즉각 임명 등도 공약집에 담겼다.
최인호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이 후보의 대법관 증원 공약에 대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이 후보와 민주당의 폭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명백히 사법부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