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629.35원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날 서울 강서구의 한 셀프 주유소는 L당 1537원이지만,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주유소는 2590원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1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은 정유사 판매가·유류세·유통비용(마진)으로 구성된다. 유류세는 어느 주유소나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정유사에서 얼마에 기름을 사오는지와 마진을 얼마만큼 남기느냐에 따라 주유소별 가격이 결정된다.
정유사 판매가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조세부담금과 정유사 공급비용 등이 더해져 결정된다.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싸게 사올수록 마진을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여력은 커진다. 보통 주유소 한곳을 운영하는 곳보다는 여러 주유소를 소유해 대량 거래하는 업체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사 올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 직원인 김 모씨는 “보통 주유소는 8개 탱크를 보유하고, 여기에는 35만L의 기름을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10~20개 주유소를 가지고 있는 ‘큰 손’ 사장님들은 700만L를 한꺼번에 구매하기 때문에 훨씬 더 싼 가격으로 기름을 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같은 정유사에서 거래하더라도 주유소별로 계약 내용이 다 다르다”며 “물류비가 많이 드는 지역에 위치하는지, 거래량이 얼마만큼 인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정유사 판매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주유소는 마진을 조절해 가면서 가격을 설정한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강서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어플을 통해 가격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본사와 논의해서 가격을 설정한다”라며 “보통 하루에 한 번 가격을 정하지만 어떤 날에는 하루에 3번까지도 가격을 조정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유소 관계자들은 과거보다 단골 개념이 사라지고, 오피넷을 보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저가 경쟁이 치열 하다 보니 주유소 관계자들은 “장사를 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마포구 한 주유소의 박 소장은 “임대료·인건비에 차마다 카드 수수료 1.5%까지 떼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다”라며 “L당 마진을 20원 붙이면, 5만원어치 기름 주유할 때 600원 정도 남는 꼴”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유소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1%다.
치열한 저가경쟁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을 내걸고 장사하는 곳도 있다. 대체로 입지 비용이 비싼 서울의 강남과 시내 중심가의 기름값이 높다. 이들은 가격이 비싼 대신 무료 손세차,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으로 손님을 끌어 모은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한 주유소는 포인트를 적립하면 김치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더니 가격이 비싸더라도 손님이 줄을 지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