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고공행진…농식품 수출 ‘발목’

2024-07-04

# 경북 영천 신녕농협(조합장 이구권)은 미국에 깐마늘을 수출해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류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구권 조합장은 “홍해 교전 장기화 등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했다”며 “지난해말보다 컨테이너(17.3t)당 400만∼500만원 이상 물류비 부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상 물류비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초 정부의 농산물 수출 물류비 지원 폐지에 이어 악재가 겹치며 농식품 수출 활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선별비·포장비 등 지원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국제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900~1000선을 유지하다 올 들어 기록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CFI는 지난해 12월1일 1010.81에서 올 1월5일 1896.65로 한달 만에 87.6% 상승하더니 최근엔 다시 12주 연속 우상향을 하며 6월28일 기준 3714.12를 기록해 연초보다 95.8%나 치솟은 상황이다.

이처럼 물류비가 뛴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위기, 항만 노조 파업 등이 자리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운하로 가는 선박에 총격을 가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선박이 반군을 피해 돌아가며 항로가 최대 2주 가까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파나마운하 수위가 낮아지며 통행 선박수가 제한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신녕농협은 궁여지책으로 깐마늘 수출을 일시 중단했고, 10월에 재개할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영천시에서 일부 보조해주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중국산 마늘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쌓이는 적자를 피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유자차 등 유자가공품을 30여개국으로 수출하는 전남 고흥 두원농협(조합장 신선식)도 유탄을 맞았다. 신선식 조합장은 “물류비 인상으로 바이어·농협 모두 힘든 상황”이라며 “수출을 계속하려면 (제품) 단가를 낮춰야 해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수출경제를 강조하면서 농식품을 주요 아이템으로 띄우고 있지만 농업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제로 물류비 지원이 끊긴 데다 운임 단가마저 급등한 상황 탓에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안으로 추진하는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 지원사업’은 수출 컨설팅 지원 등 간접 지원이다 보니 농가의 충격을 완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류비 상승의 파장이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조짐도 엿보인다. 딸기·파프리카 등을 수출하는 강복원 경남수출농협협의회장(진주원예농협 조합장)은 “수출망이 유지되려면 단가가 떨어져도 (수출이) 지속돼야 하는데 (물류비 부담이 커지며) 수출을 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딸기농가는 수출 시세가 국내 시세보다 낮아지자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파프리카농가는 엔저 현상 등으로 수출을 꺼려 아예 다른 작물로 품목을 바꾸는 사례가 많았다”며 “특정 작목이 과잉으로 생산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재창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WTO 규제에서 벗어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공동선별비 추가 지원, 포장비·농자재비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식품 수출회사에 경쟁력 강화, 인프라 구축 등 명목으로 간접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농가수취값을 깎지 않도록 지도하거나 유인책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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