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특허괴물과 또 소송전…이번엔 HBM 결투

2025-05-27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특허를 두고 미국의 ‘특허 괴물’ 넷리스트와 소송전을 시작했다. 넷리스트가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HBM 관련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자, 삼성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비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특허를 둘러싸고 수년간 소송을 거듭해온 양측의 갈등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HBM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27일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 공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특허관리법인(NPE) 넷리스트가 보유한 HBM 관련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 특허는 D램 다이를 쌓는 기술인 제12,308,087호(이하 087특허)다. 전날 넷리스트는 ‘외국기업 특허 사냥터’로 불리는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HBM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은 넷리스트가 삼성전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특허 침해를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라며 “삼성전자는 087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선언적 판결을 법원에 요청한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특히 “넷리스트는 해당 특허가 공식 발행되기 전부터 삼성을 상대로 침해를 주장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는 넷리스트와의 전쟁

넷리스트는 2000년 LG반도체 출신 홍춘기 대표가 미국에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와 지난 2015년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교차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되자 소송전이 시작됐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2023년 판결에서 3억300만달러, 2024년 또 다른 사건에서는 1억1800만달러를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지급해야한다며 넷리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두 건은 현재 항소심 단계이며, 이외에도 복수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허괴물 타깃된 삼성전자, 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침해로 피소된 건수만 총 86건이다. 2023년(51건)에 비해 70% 늘었다. 지난해 애플에 제기된 특허 침해 소송이 43건, 구글 39건, 아마존 46건, 메타 11건인 것에 비해 삼성전자가 특히 많다.

소송을 제기하는 건 대다수 NPE다. 특허권자들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후 기업에 소송을 걸어 합의금과 배상금을 받아내는 곳이다. 삼성이 미국에서 NPE의 먹잇감 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도 기술 제품군이 방대하고 ▶매출 규모가 큰 데다 ▶미국 진출이 활발한 기업이라는 점을 꼽는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에이온에 따르면 미국에서 특허 분쟁이 많은 산업군은 소프트웨어(15%), 제조(12%), 네트워킹(11%), 컴퓨팅·전자(10%), 반도체(6%) 순이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관리 기업들이 보기에 삼성은 돈 많은 딥 포켓(deep pocket)”이라며 “제품 수가 많아 집중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에 친화적인 소송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소송 86건 중 63건은 특허 소송에서 원고 친화적이고 판결 배상액 규모가 큰 편인 텍사스 동부지법에 몰려있다.

미국 등록 특허 수 늘리는 삼성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업을 하는 이상 특허 소송을 원천 차단하긴 어려우므로 대응력이 중요하다고은 지적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 등록하는 특허 수를 2022년 8500건에서 지난해 9228건으로 늘리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삼성전자는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미국에 많은 특허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향후에도 기술 보호를 위해 등록 건수를 꾸준히 늘릴것”이라고 말했다. 전우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사내에 강력한 특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 단계부터 특허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라며 “잠재적 소송을 막기 위해 특허를 매입하는 등의 노력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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