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기식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사업 확대에 나섰던 동원F&B가 좀처럼 건기식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건기식 판매 확대를 위해 만들었던 전문 쇼핑몰의 운영을 중단했고, 대표 품목 중 하나인 인삼 생산실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기식 전문몰 운영 중단, 인삼 생산실적은 감소세
동원F&B가 자사 건강기능식품 온라인몰 ‘웰프’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웰프는 동원F&B가 지난해 6월 건기식 판매 채널 다변화를 목적으로 만든 건기식 전문 쇼핑몰이다. 동원 F&B는 웰프 운영을 시작하면서 자사 온라인몰인 동원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상품을 웰프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홈페이지 오픈을 기념해 할인 쿠폰 등을 발행하며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하지만 웰프의 운영 기간은 길지 않았다. 현재 웰프 홈페이지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동원F&B 측은 “웰프 운영을 시작했지만 테스트 성격이었다. 이전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쪽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웰프 운영을 지난해 종료했다”고 밝혔다.
동원F&B가 건기식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3년이다. 2003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시행됐고, 기업들은 건기식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동원F&B는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건기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3년 미국 건강기능식품 1위 기업 GNC와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었고, 2006년에는 인삼 사업에도 본격 진출하며 ‘천지인’ 브랜드를 출시했다. 동원F&B는 2014년까지 천지인 매장을 6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10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현재 천지인 매장 수는 100여 개에 불과하다. 2010년 200개까지 확대됐던 매장 수가 크게 줄었다. 인삼 관련 생산실적도 감소세를 보인다. 동원F&B의 인삼 관련 품목 생산실적은 2022년 44억 6500만 원에서 2023년 43억 700만 원으로 줄었다. 올해 3분기까지의 생산실적은 26억 95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억 5800만 원)보다 감소했다.
특히나 건기식 시장에서 홍삼·인삼 인기가 한풀 꺾인 분위기라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홍삼은 건기식 시장의 판매량 1위 품목으로 꼽히지만,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홍삼 판매액을 1조 1675억 원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2022년(1조 2933억 원)보다 9.7% 감소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도 2022년 26%에서 지난해 23.6%로 줄었고, 연간 구매 건수는 2020년 1760만 6000건에서 2024년 1321만 1000건으로 감소했다.
동원F&B 관계자는 “홍삼을 다루는 천지인뿐만 아니라 종합 비타민이나 이너뷰티 브랜드 등으로 건기식 브랜드를 다각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에는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입점 상담 등도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해외로 눈 돌리는 식품업계, K건기식 열풍 가능할까
식품업계는 건기식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신사업으로 건기식 시장을 점찍고 관련 브랜드 론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기식 시장은 식품회사가 확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 식품은 원료비 비중이 높은 데 비해, 건기식은 제조비가 많지 않은 데다 식품원료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좋다. 마케팅에 따라 큰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보니 식품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적 내기란 쉽지 않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건강사업부를 분할해 CJ웰케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 당시 CJ그룹은 웰니스 사업을 강화해 2025년까지 업계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CJ웰케어의 매출액은 2022년 681억 원, 2023년에는 6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액은 같은 기간 161억 원, 71억 원이나 발생했다. 올해 6월에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2022년 건기식 브랜드 ‘헬스원’의 온라인몰 운영을 종료했다. 오뚜기도 2012년 ‘네이처바이’ 브랜드를 론칭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실적 부진으로 브랜드 운영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건기식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제품 차별화도 쉽지 않아 안정적 실적 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인증된 몇 가지 원료를 사용한 제품만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건기식 시장의 제품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원료를 활용하려면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기업에는 리스크가 된다. 시험 비용도 부담이 되고, 효능 입증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업계는 이제 수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수출액은 3242억 원으로 전년(2781억 원)보다 16.6% 증가했다. 2019년 수출액이 142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2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이종우 교수는 “국내 경쟁이 치열해 실적이 나오지 않다 보니 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K푸드 수출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보니 이를 통해 확보한 해외 판로를 활용해 수출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상도 교수는 “해외와 국내는 원료를 사용할 수 있는 농도부터 다르다.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원료 사용 농도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는 같은 성분을 고농도로 사용하는 제품도 많다”며 “또한 국내 제품은 원료를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현지의 유명 브랜드가 안착해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제품이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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