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벽 넘을 수 있게…‘로프’부터 내려줘야

2025-10-22

생활체육활성화, 승강제가 답 ④

지난 19일 일본 도쿄의 오타종합체육관. 일본 여자프로농구 최상위 디비전인 W리그 프리미엄 소속인 도쿄 하네다 비키스와 아이신 윙스의 정규리그 경기가 한창이었다. 뜨거운 응원전 속에 양 팀은 접전을 펼쳤다. 한국여자프로농구(WKBL)보다 몸싸움이 치열하고 진행 속도도 빨라 박진감이 넘쳤다. 시소게임 끝에 홈팀 비키스가 69-62로 승리하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비키스의 모태는 지난 1971년 창단한 도쿄 오타구 소재 여자 사회인 농구팀 에바라 비키스다. 사회인리그(SBL)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키운 비키스는 지난 2001년 W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에 진출했다. 2013년에 팀 명을 현재의 도쿄 하네다 비키스로 바꿨다. W리그가 전체 팀을 프리미엄(1부)과 퓨처(2부)로 나눠 승강제를 도입한 건 지난 시즌(2024~25)부터다. 비키스는 지난 시즌 퓨처(2부)에서 21승3패로 우승해 프리미엄(1부)으로 승격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팬은 “비키스는 3부(SBL)에서 시작해 2부를 거쳐 1부까지 두 번 승격한 유일한 팀”이라며 “일본여자농구 승강제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농구는 남녀 모두 프로팀에 한해 승강제를 운영한다. 여자는 14개 팀이 1~2부, 남자는 56개 팀이 1~3부로 나뉘어 프로리그에 참여하며 승강제를 통해 리그를 오르내린다. 세미프로인 SBL이 그 바로 아래 디비전을 이루고, 대학농구와 중·고교 농구리그, 순수 아마추어 농구클럽이 하부를 떠받치는 구조다. 현재는 프로끼리만 승강제를 운영하는데, 중장기적으로는 프로에 버금가는 사회인 농구팀을 늘려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의 간격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사실 프로스포츠 가운데 야구·농구·배구 등 미국에서 유래한 종목은 승강제 도입이 쉽지 않다. 리그 진입 장벽을 높여 기존 참여팀의 권리를 극대화하는 게 리그 운영 전략의 뼈대라서다. 일본 남자프로농구(B리그)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한 승강제를 2026~27시즌부터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승강제가 강등팀의 권익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처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야구·농구·배구 등 미국식 프로스포츠의 상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승강제 도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로팀의 참여부터 강제하기보다는 세미프로와 아마추어의 경쟁력을 키워 프로와의 실력 차를 좁히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야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지원 속에 최상위 디비전에 해당하는 KBO리그를 제외하고 D2(2부)~D5(5부)리그까지 4단계 디비전을 구축했다. 문체부는 지난 2020년부터 야구 승강제 리그 활성화를 위해 매년 27억원 안팎, 6년간 총 163억원을 투입해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지난해(2024년) 기준 139개 리그에 884개 팀, 선수 2만250명이 참여 중이다.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KBO리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프로야구가 승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2부 이하 하부 디비전시스템이 탄탄히 갖춰진다면 고교 및 대학 팀으로 한정된 프로야구 선수 수급 시스템이 확장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구 승강제가 프로야구의 새로운 젖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중앙일보·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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