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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5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4년 12월 17일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2024년 12월 2일. WKBL은 하나의 역사를 수립했다. ‘개인 통산 득점 1위’가 바뀐 것. 역사를 만든 이는 김정은(부천 하나은행)이었다. 역사를 쓴 김정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트를 누비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귀향(歸鄕)
김정은의 데뷔 팀은 하나원큐(현 하나은행)의 전신인 신세계다. 하지만 신세계 농구단은 해체됐고, 하나원큐가 해체된 신세계 농구단을 인수했다. 김정은은 그 후에도 하나원큐를 상징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2016~2017시즌 종료 후 하나원큐를 떠났다. FA(자유계약)로 풀린 김정은은 아산 우리은행으로 향했다. 2017~2018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두 개의 우승 반지를 획득했다. 특히, 2017~2018시즌에는 FINAL MVP도 차지했다.
최고를 경험한 김정은은 2023년 봄 또 한 번 FA를 맞았다. 김정은의 행선지는 하나원큐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 달라진 하나원큐에서 달라진 역할을 수행했다.
연습체육관부터 달라졌습니다. 환경이 어색했을 것 같아요.
(김정은이 하나원큐를 떠나기 직전, 하나원큐의 연습체육관은 서울 청운동에 위치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하나원큐를 떠난 사이, 하나원큐는 인천 청라로 연습체육관을 옮겼다)
모든 시설에 감탄을 했어요. 그 정도로,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또, ‘내가 말년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구나. 이제 농구만 잘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해야 할 게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구단의 바람도 이행해야 했습니다. 구단에서는 “김정은 선수가 우리 팀의 중심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했거든요.
저 또한 그런 이유로 돌아온 거였어요. 누군가에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로 거듭나고 싶었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했고요.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는 프로 선수로서의 태도와 마인드를 심어줬습니다. 물론, 제가 완벽한 선수는 아니지만, 저만의 플레이 노하우 역시 전수해줬어요.
하나원큐의 가능성 또한 발견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은행에서 많은 걸 경험하다 보니, 제 기준이 더 높아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걸 원했던 것 같아요.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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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OFF
하나원큐는 김정은과 함께 달렸다. 공수 겸장이자 리더를 얻은 하나원큐는 이전과 달랐다. 패배 의식에만 휩싸이지 않았다. 이기는 법을 조금씩 터득했다.
이기는 법을 터득한 하나원큐는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4년 2월 22일. 부산 BNK를 상대로 플레이오프를 확정했다. 4위(10승 20패)이기는 했지만,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주장 김정은’의 감정은 북받쳤다. 하나원큐 소속으로는 처음 플레이오프에 갔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해서였다.
하나원큐로 돌아오자마자, ‘창단 첫 플레이오프’를 확정했습니다.
제가 이적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를 했습니다. “좋은 멤버랑 편하게 농구할 수 있는데, 왜 스스로 리스크를 안느냐? 보장되지 않는 모험을 하느냐?”라는 등의 말씀을 하셨죠. 누군가에게는 “미친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들었고요.(웃음)
또, ‘선수 김정은’의 전성기는 한참 지났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선수들의 역량까지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고요.
그러다 보니, 계약한 순간부터 2023~2024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걸었습니다. 팀도 마침 플레이오프에 올라갔고요. 그러나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제 지나간 일입니다. 이제는 다가올 순간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부천에서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습니다.
팬 분들께서 정말 좋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팬 분들께서 부천체육관을 가득 메워주셨어요. 내심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해봤다면...’이라고 생각했죠.(웃음)
다만, KB가 워낙 막강해서, 우리 팀이 맞이할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후배들이 뭔가를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했어요. ‘플레이오프가 이런 곳이구나’를 느꼈으면 했죠.
플레이오프는 다소 아쉬웠을 것 같아요.
친정 팀에 돌아온 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저는 2023~2024시즌 내내 모든 걸 쏟았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쉬움을 ‘1’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랬어요.
다만, 저희가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이 너무 경직된 것 같았어요. 긴장한 티가 역력했죠. 그래서 다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점이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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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IME NO.1 SCORER
김정은은 데뷔 후부터 2023~2024시즌까지 8,082점을 넣었다. WKBL 역대 개인 득점 2위였다. 1위(정선민, 8,140점)와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2024~2025시즌에 ‘WKBL 역대 개인 득점 1위’를 넘볼 수 있었다.
김정은은 지난 2024년 12월 2일 용인 삼성생명전 시작 25초 만에 8,141점을 기록했다. WKBL 역대 개인 득점 1위로 올라섰다. 고향이었던 하나은행과 홈 코트인 부천체육관에서 WKBL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24년 12월 2일. WKBL 역대 개인 득점 1위로 올라섰습니다.
당시 팀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습니다. 삼성생명전 역시 이기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팀이 마주한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기록을 달성했구나’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기뻐할 수는 없었어요.
‘개인 득점 1위’였던 정선민 전 감독과도 포옹을 나눴습니다.
제가 처음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됐을 때, 정선민 전 감독님께서 저의 방장이었어요. 정말 ‘바스켓 퀸’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선수였죠. 그 정도로, 농구를 잘하셨던 분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로웠습니다. 또, 제가 감독님의 기록을 깼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축하해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고, 더 감사했습니다.
김정은 선수의 득점 기록은 어디서 끝이 날까요?
수술 후 컨디션 저하를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올해만 하고 은퇴해야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죠. 특히, 7,000~8,000점 구간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해당 구간의 득점이 저에겐 너무 애틋했어요. 어려움을 이겨낸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다만, ‘개인 통산 득점 1위’라는 기록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커리어 내내 건강했다면, 이 정도로 뿌듯하지 않았을 거예요. 다만, 제 기록은 조만간 끝이 날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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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하나은행은 2023~2024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서 진안을 영입했다. ‘김정은-진안-양인영’으로 이뤄진 프론트 코트 조합은 리그 최상급으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하나은행은 ‘플레이오프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성적은 2023~2024시즌보다 좋지 않다. 긴 연패로 침체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역사를 썼음에도 웃을 수 없다. 오히려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고민이 더 많아졌을 것 같아요.
네. 말도 못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웃음). 고민의 주제가 1~2가지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어요.
어떤 점을 고민하셨나요?
저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때, 저는 영혼을 끌어다 썼습니다. 그리고 사무국이 이번 비시즌에 좋은 선수를 보강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 내 부담이 덜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선 자원의 경험이 부족하고, 저의 활동량도 예전 같지 않아요. 비시즌부터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죠. 게다가 제가 개막 직전에 종아리를 다쳐서... 이래저래 많이 꼬였던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도 많은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요.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구는 짬에서 나오는 경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린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쉽게 풀 수 없는 이유죠. 저도 그걸 알고 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걸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혼란해할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 선수들은 농구를 계속 해야 합니다. 경기마다 얻는 게 있어야 해요. 특히, 투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 팀은 어느 팀도 이길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 경기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경기마다 모든 걸 쏟아야 해요.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해내야 할까요?
우선 경기를 조립할 선수들이 많이 없어요.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또, 공간을 창출하는 방법 역시 생각해봐야 해요. 그리고 안 맞았던 것들을 정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답은 결국 ‘수비’랑 ‘리바운드’인 것 같아요(웃음). 몸싸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것들부터 수정해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아요. 음... 어쨌든 할 게 너무 많네요(웃음).
하나은행이 미래에 어떤 팀으로 거듭났으면 하나요?
기술은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농구를 향한 마음과 태도가 첫 번째인 것 같아요. 그게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하나은행은 정말 열심히 한다. 하나은행 선수들은 죽기살기로 한다’는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또, 어린 선수들이 어려운 시간을 잘 버텨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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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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