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등장한 '탄핵 내기'…베팅사이트에 판돈 220억 걸렸다

2025-03-16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온·오프라인에서 탄핵 인용과 기각을 놓고 각종 ‘내기’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부를 점치는 불법 토토 사이트가 등장한 이후로 8년 만이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탄핵심판 결과에 돈을 걸고 친구·지인 등과 내기를 했다는 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한 누리꾼은 “친구랑 10만원 내기에서 ‘애국 베팅’(탄핵 기각)을 했다”며 “친구는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거라고 말하더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누리꾼은 “탄핵에 10만원을 걸 테니 내기하실 분을 찾는다”고 썼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역대 대통령 중 최장 기간을 넘기면서 결과 예측에 관심이 쏠린 영향이다. 주말에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도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을 스포츠 스코어 형식으로 예측했다. 반탄 집회 사회자는 “축제를 연습해야 한다.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4대 4로 기각했다”며 호응을 유도했다. 찬탄 집회에선 “8대 0으로 파면”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尹변호인 석동현, 이석연 전 처장에 “100만원 내기” 제안도

탄핵 내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불행하고 엄중한 사안을 희화화한다”는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향해 “이 처장님은 탄핵 인용, 저는 탄핵 기각으로 내기 한 판 하시자”며 “저는 이기든 지든 100만원을, 이 처장님은 질 경우에만 방송국 출연료 상당액을 각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자”고 적었다.

불법 탄핵 토토에 대한 관심도 부활했다. 해외 사설 사이트에 베팅하는 방법과 수수료 등을 묻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고 있다.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선 윤 대통령 탄핵 결과를 두고 이날 기준 220억원(약 1520만 달러) 규모의 판돈이 걸려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 올라온 ‘윤 대통령이 4월 이전에 탄핵당할 것인가’라는 베팅에서 65%가 ‘그렇다(YES)’고 베팅한 상태다. 이 사이트는 2020년 설립된 암호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로, 선거와 국제 이슈 등을 예측해 이익을 얻는다.

앞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사설 불법 토토 사이트가 성행한 바 있다. 이어진 대선에서도 각 후보에 배당금을 차등 책정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 토토를 제외한 베팅(상한액 인당 10만원) 사이트는 불법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해외 사이트를 통한 우회 베팅도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민감한 정치 상황에 판돈을 거는 행위가 사회적인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는 과정인데, 베팅 행위는 이기고 지는 결과에만 몰입하게 한다”면서 “판돈을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선거의 본질적인 기능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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