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1) 우리농업에 생명산업 걸맞은 관심과 예산을 중요성 커졌지만 전체 2%대 불과 주요 사업 예산 법 규정도 고려를 농어업위 플랫폼 기능 강화 절실 향후 개헌때 농업가치 반영 필요


‘생명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 선거철만 되면 우리 농업에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는 후보들의 약속도 이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공수표였다. 지난 수년간 농업의 자리는 다른 산업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더 구석으로 멀어졌고 국가의 정책 추진 의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예산도 농정엔 점점 적게 배분되고 있다. 농업계는 새 정부만큼은 다르길 기대한다. 백척간두 위기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관심을 요구한다.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민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걸맞은 대우는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예산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강한 요구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정권을 막론하고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3.8%였던 비율이 2021년 3% 아래로 떨어진 뒤로는 내내 2%대에 머물고 있다. 농민단체는 최소 5%로의 회복을 요구한다. 정영이 농민의길 공동대표(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는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농업소득이 농민의 농업 이탈과 농촌소멸의 원인인 만큼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예산이 우선 확보돼야 하고 특히 쌀값 안정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로부터 농업 안정성과 농민 건강을 지킬 예산도 증액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의 장기 비전에 따라 농정예산이 확보되도록 직불제 등 주요 농정사업 예산은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주요 농업정책은 재정 지출 방식을 1년 예산주의에서 법정 의무지출 방식으로 전환하고 규범법 성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집행법적 성격을 포함하도록 개정해 농정 추진의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은 물론 국가 전체 정책에서 농정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거버넌스 구조 개혁도 요구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새 정부의 대통령실 조직 개편을 두고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은 신설하면서 왜 농업수석은 만들지 못하느냐”며 “경제성장수석 아래 농림축산비서관을 두는 지금 구조로는 농정이 경제관료 논리에 휘둘리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농업수석 신설을 요구해온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도 9일 성명을 통해 “별도의 수석 신설 불발은 유감”이라면서 “향후 농어업·농어촌 관련 업무를 총괄 보좌할 수석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실 조직의 한계를 극복할 당장의 대안으로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상 강화가 거론된다. 하 변호사는 “그동안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농어업위가 다부처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처럼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거나, 어렵다면 대통령과 위원장의 회동·보고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서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농어업위의 법적 지위를 자문기구에서 심의·의결 기구로 강화하고, 관료와 학계가 아닌 민간이 참여할 통로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있을 개헌을 통해 국가 최상위 법규범에 농업·농민의 중요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 공동대표는 “농업가치 헌법 반영은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문재인정부 시절엔 1000만명의 서명을 얻기도 했다”면서 “새 정부에 조속한 개헌특위 구성과 농민 의견이 반영되는 논의체계를 만들어줄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농민의길은 현행 헌법 130개 조항 중 농민 권리에 관한 내용은 한줄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국가가 농민 생존권을 지키고 농산물 공정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농민헌법’을 요구하고 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