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켓 인사이드] 새판 짜는 4자 연합…머크식 지배구조 개선에 성패 달려

2025-02-20

한미약품(128940)그룹은 상속세 마련 과정에서 벌어진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잃어버린 1년을 보냈다. 최근 갈등이 마무리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지난 1년간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진 신동국 한양정밀회장·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자 연합의 지배구조 안정도 해결해야 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008930) 사장은 회사 주식 192만주를 킬링턴 유한회사에 넘겼다. 킬링턴은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킬링턴은 이중 절반 가량인 100만주를 다시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에게 다음달 20일 넘길 예정이다. 지분 거래가 마무리되면 4자 연합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54.42%에서 57.20%로 더 올라간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2월 임종윤 사내이사가 지분 5%를 4자 연합측에 넘기기면서 사실상 승부가 났고, 이번 지분 거래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간 고소·고발도 취하됐다.

이제 관심은 한미약품그룹의 향후 행보다.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의정 갈등 여파에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매출은 1조 28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핵심 자회사인 북경한미의 부진에 1004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9.30% 급감했다. 그룹 경영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경영권 분쟁 직전과 비교할 때 25%가량 떨어졌다. 더욱 문제는 ‘연구개발(R&D)의 명가’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신약 개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못했다는 점이다. 1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의 여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안팎에서 비방전이 잇따르자 불안감을 느끼며 회사를 떠나거나 일손을 놓은 임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4자 연합은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에 ‘머크식 가족 경영’ 방식을 이식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파마인 머크는 가족 위원회와 파트너 위원회 등 2개의 위원회를 두고 이사회에서 선출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된다. 다음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로 도입할 지, 일단 송 회장 중심으로 이사회를 개편한 뒤 향후 변화를 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사회는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이미 사봉관 사외이사·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임했고,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는 임기가 올 3월 24일까지다. 대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신동국 회장의 신규 이사 선임이 유력하다.

머크식 가족 경영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과 북경한미다. 한미약품은 4자 연합이 지지하는 박재현 현 대표, 북경한미는 신규 선임된 임종윤 대표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미약품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미약품과 북경한미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85%, 10%에 달했다. 양대 핵심 계열사의 경영 성과가 어떻게 주가에 반영되느냐에 따라 머크식 가족 경영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송 회장이 이른 시일 내 가족간 화합 메시지 내놓고 조직 재정비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핵심 계열사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경영성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경영권 분쟁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했던 신 회장의 역할이다. 송 회장이 4자 연합을 형성하며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인 신 회장(16.43%)과 라데팡스파트너스(8.38%)의 지분은 만만치 않다. 신 회장의 회사인 한양정밀(6.95%) 지분까지 합칠 경우 지분율이 31.76%다. 송 회장, 임 부회장, 임종윤, 임종훈 등 가족(25.07%)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 (5.2%) 지분을 포함한 것보다 많다. 임성기재단(3.07%), 가현문화재단(3.02%) 등 가족 우호지분과 국민연금(6.04%) 등이 있지만 신 회장이 신규 이사진 선임에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의 지분은 송 회장 우호지분인 만큼 오너가와의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오너 일가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만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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