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14조53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2조2980억원) 증가했다.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부터 수백억원의 배임‧횡령 등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대형금융사고로 얼룩진 한 해이기도 했다. 한편 올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대형 금융사고로 얼룩…'내부통제 미비'> <'인적 쇄신' 국민‧하나‧우리은행장 교체>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물가흐름 둔화> <성장 정체 속 금융사고로 멍든 지방은행권> <인뱅, 포용금융 압박 속 흑자경영 본격화> 등 총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지방은행의 영업실적 성장세는 은행별로 엇갈리고 있다. BNK경남·광주·JB전북이 호실적을 보인 반면, BNK부산·iM 등은 후퇴했다. 여기에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는데, 후발주자인 인터넷은행의 광폭성장 행보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규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까지 겹쳐 내년에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을 보일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권 5개사(BNK부산·BNK경남·광주·JB전북 등 4사, iM뱅크 포함)의 올해 3분기 누적(1~9월) 연결기준 은행부문 당기순이익은 1조 44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조 3549억원 대비 약 6.45% 증가했다. 은행별 실적을 살펴보면 경남·광주·전북 등 3사가 호실적을 보인 반면, 부산·iM 등 2개사가 소폭 후퇴했다.
우선 5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경남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290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지난해 동기 2393억원 대비 약 21.52% 급증했다. 이어 광주은행이 251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1년 전 같은 기간 2151억원 대비 약 16.74% 성장했고, 전북은행이 1596억원에서 약 8.52% 성장한 173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부산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393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847억원을 기록하면서 약 2.11% 후퇴했다. '지방은행 최초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DGB금융의 은행부문 iM뱅크도 3479억원에서 1.55% 줄어든 342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미 부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순이익이 인터넷은행 1위 카카오뱅크 3556억원(3분기 누적)에 꽤 뒤쳐진 셈이다. 카뱅과 부산은행 간 격차도 291억원에 불과한 만큼, 지방은행으로선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산건전성 관리'도 난제다.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NPL 비율'의 경우 부산은행이 0.73%로 지난해 3분기 0.27% 대비 약 0.46%p 폭등했고, 경남은행은 0.39%로 지난해 동기 0.32% 대비 약 0.07%p 상승했다. 광주은행은 0.54%에서 0.56%로 약 0.02%p 상승한 반면, 전북은행은 1.00%에서 0.68%로 약 0.32%p 개선했다. iM뱅크는 0.56%에서 0.65%로 0.09%p 악화됐다.
연체율의 경우 부산은행이 0.44%에서 0.67%로, 경남은행이 0.32%에서 0.39%로 각각 0.23%p 0.07%p 악화됐다. iM뱅크도 0.54%에서 0.73%로 약 0.19%p 악화됐다. 반면 광주은행이 0.69%에서 0.58%로, 전북은행이 1.34%에서 0.78%를 기록해 각각 0.11%p 0.56%p 개선됐다.
금융사고 후폭풍 여전…내부통제 강화 총력
지난해 금융권을 크게 떠들썩하게 했던 경남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태, iM뱅크(당시 DGB대구은행) 임직원의 고객계좌 불법 개설 혐의 등에 따른 후폭풍은 올해도 여전히 은행들의 발목을 잡았다.
우선 경남은행의 경우 영업실적 호조세에도 불구,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내부 직원의 횡령사고로 영업 제재를 받고 있다. 이 은행 투자금융부 간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5년에 걸쳐 약 3089억원을 횡령해 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이 여파로 경남은행은 당국으로부터 이달 2일부터 내년 6월 1일까지 새 대출자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신규 취급 업무를 영업정지 당했다. 이는 경남은행 매출액의 약 8.76%에 달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이사회 의결에 따라 발행하기로 했던 135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도 이번 금융사고로 인한 재무제표 감리 영향 등으로 끝내 발행을 취소했다.
올해 6월 '지방은행 최초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iM뱅크는 전신인 DGB대구은행에서의 금융사고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은행 직원들은 실적달성을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 계좌 1000여개를 임의로 추가 개설했다. 이에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업무 3개월 정지와 과태료 20억원 처분을 내렸다.
금전적 손실과 함께 신뢰도 훼손됐다. 실제 두 은행은 올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서 기존 '보통'에서 '미흡'으로 강등됐다. 금감원은 두 은행에게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금융사는 2개월 이내에 자체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1년 이내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에 지방은행권은 내년에도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경남은행은 지난 7월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사고 예방'과 '바른경영'을 특별 강조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당국의 제재 결정을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겠다며 신뢰회복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남은행은 내부 시스템을 강화하고, 고객 보호와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iM뱅크는 이상 금융거래 모니터링 전담 인력, 운영 시간 확대 등으로 금융사고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마련한 책무구조도에 따라, 책무관리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 부서단위에서 대표이사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또 임직원들의 점검활동과 개선 조치들도 시스템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부산은행은 지난 10월 '내부통제 혁신리더'를 꾸려 선제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고 취약점을 개선하는 등 내부통제 혁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최근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데 이어, 내부통제·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임직원 교육 및 책무구조관리 이행점검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광주은행은 지난달 열린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책임 있는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고객중심 가치 실천'을 강조했다. 내부통제 생활화, 임직원의 윤리 의식 확립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본과 원칙 중심의 고객가치를 실천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