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시상
183개 기업…근로감독 유예 등 혜택도 주어져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직원의 삶과 일을 조화롭게 설계하자는 개념으로 초기에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만 논의됐다. 이후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육아·가사 병행 지원 등 일·생활 균형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화두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부터는 고용노동부와 경제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시상이 진행되고 있다.
제도와 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시상하는 체계 마련의 의미가 큰데, 단순한 복지 평가를 넘어 기업 문화 전반을 점검하고 직원 삶의 질 향상과 조직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취지다. 선정 기업에는 대출금리 우대와 근로감독 유예, 출입국·기술보증·신용보증 우대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 상의 의미는 단순한 명예를 넘어선다. 정부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일과 삶을 동시에 존중받는 기업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용하며, 수상 기업은 근무 혁신과 복지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직원 몰입도 상승·이직률 감소 등 실질 효과를 경험한다. 저출생과 인재 경쟁이 심화하는 사회에서 워라밸은 이제 기업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수상 기업을 살펴보면 단순히 제도를 갖춘 것이 아니라 문화와 실행까지 동시에 바꾼 기업이 우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 등이 발간한 ‘2024년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을 보면 총 385개 기업이 선정하고 전문가와 참여 부처, 경제단체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03개 기업이 최종 선정됐다. 심사 과정에는 노사발전재단의 서면 통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실사까지 포함돼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구체적으로 롯데웰푸드는 업무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매주 금요일은 1시간 단축 근무하고, 사무직의 점심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늘렸다. 생산직은 하루 8시간 근무 시 1시간 반, 10시간 근무 시에는 2시간의 휴식시간을 부여한다. 해외 출장 시에는 업무를 끝낸 후 체류지에서 여행할 수 있도록 ‘글로벌 휴가제’를 운영한다.
2011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론칭한 번개장터는 오전 8~11시에 출근하는 시차출퇴근제와 일주일 중 일부는 자택에서 근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두고 있다. 매달 2시간, 본인 생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오아시스 제도’도 보유했다.
CJ제일제당은 서울·일산·분당 등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근속 3·5·7·10·15년마다 2주간의 휴가를 부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위크’ 제도로 직원들이 창의적인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임신으로 인한 휴직은 최대 10개월까지 가능하고 월 1회 4시간을 배우자의 태아검진휴가로 쓸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4일까지 가능하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난임부부 지원 제도 등도 운영한다.

올해는 중소기업 120개와 중견기업 31개, 대기업 32개 등 총 183개 기업이 ‘2025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까지 참여함으로써 노·사·정이 합심해 일·생활 균형 문화를 확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2018년 대기업과 유통업계 최초로 주 35시간제를 전면 도입했다.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을 기반으로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컴퓨터 자동차단(PC-off) 제도와 퇴근 이후 메신저 차단으로 업무 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근무시간 준수 패트롤을 운영해 퇴근 분위기 조성에 앞장선다.
매달 특별 반차를 지급하는 ‘유즈해피’ 제도 등을 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도 올해 수상 기업에 선정됐다.
정부는 육아휴직 등 일·육아 병행제도 활용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력 부담 완화를 위해 대체 인력 지원금을 월 최대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높이고, 육아휴직 업무분담 지원금도 매달 최대 2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내용이 포함된 기업 지원 강화 방안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국회 심사를 거쳐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수상 기업은 전체 기업 수에 비하면 일부로 평가되고 중소·중견기업은 인력과 비용·조직 특성상 제도 도입과 문화 정착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제도가 있어도 활용률이 낮거나 형식적 운영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제도 마련보다는 실행력과 문화 정착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일·생활 균형은 노동자, 기업,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상생의 기반”이라며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행복하고 활력 넘치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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