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등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신흥 패션 브랜드가 K패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내수 판매에 집중하던 중견 패션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내수 실적이 악화하자 생존을 위해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로 눈 돌린 전통 패션업체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주얼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올해 필리핀 출점에 나서며 10년 만에 해외 시장에 재도전한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초대형 매장을 열고 현지 공략에 나섰지만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한류 수입 제한) 등의 여파로 2018년 점포를 접었다.
20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올해 하반기 마닐라의 초대형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 매장을 시작으로 필리핀에 총 3개 매장을 열기로 했다. 회사 측은 “에잇세컨즈는 2012년 출범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브랜드”라며“동남아 시장을 1순위로 두고 검토한 끝에 필리핀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올해 하반기 인도 1호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다.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 중 인도 시장에 단독 매장을 여는 첫 사례다. 현지 진출을 위해 LF는 지난 3월 나이키, 라코스테 등과 손잡았던 현지 브랜드 투자 회사 아시안 브랜즈 코퍼레이션과 전략적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매장에서는 남성, 여성, 골프, 액세서리 등 헤지스의 모든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LF 관계자는 “인도의 프리미엄 패션 시장에는 폴로 랄프로렌, 라코스테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중산층의 클래식 패션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3년 내 인도에서 1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정그룹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과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으로 중국 시장에 나섰다 철수했던 세정그룹은 올해 중국 외 다양한 국가를 후보지로 놓고 진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앞서 창업주 박순호 회장의 막내딸인 박이라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직진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현지 네트워크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수 부진 따른 고육책
이들 업체가 해외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부진한 내수 경기 때문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주력 유통 채널인 백화점의 고객이 줄어들자 올해 주요 패션기업들은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한섬(-32.9%), 신세계인터내셔날(-48.3%) 등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은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브랜드 이미지 변신도

중견 패션기업들은 해외 사업과 함께 중장년층용 옷이라는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근 K패션 열풍을 주도하는 신흥 브랜드처럼 MZ세대 공략을 통해 시장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신원의 경우 지이크, 베스띠벨리, 씨 등 주요 브랜드의 역사가 길다는 점을 감안해 캐주얼 라인을 강화하고 음악 큐레이션 브랜드 에센셜과 협업하는 등 젊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내수 시장의 성장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그간 쌓아온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발휘해 해외 매출 확대에 주력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