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올 더 머니(원제/세상의 모든 돈)>는 197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전기작가로 이름을 알린 존 피어슨의 <고통스러운 부자>가 원작. 아이가 유괴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섯 달 동안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폴 게티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거부였지만 유괴범들이 열여섯 살 된 손자를 납치하고 귀를 잘라서 보내며 요구하는 몸값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돈을 쓰지 않는 소문난 구두쇠였던 게티는 이 사건으로 수전노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돈을 셀 수 있다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고 했던 J. 폴 게티(1892~1976).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검절약한 삶을 살았지만 아끼지 않고 돈을 투자했던 것이 있다.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미술품 수집이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수집한 미술품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세상을 떠날 때는 유산 7억 달러를 기부하며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소장품을 넘기고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미국 LA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이 그 결실이다.
폴 게티 미술관은 고대 유물부터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 그리스, 에트루리아 등 고대 유물부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의 '야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비트루비안 맨'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까지 소장 작품이 4만 4천여 점이나 되니 그 위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티 미술관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일어난 LA 산불 한복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덕분이다. LA 산불은수많은 저택과 건축물을 불태우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보관하던 예술품들도 모두 소실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예술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티 미술관도 건물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첨단방재시스템과 체계적인 대응 덕분이었다.
1974년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이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두었다. 자재도 철저히 엄선했다. 넓은 광장을 두고 주변 정원에는 발화 가능성이 적은 수목을 심어 화재 확산을 막았다. 정교한 스프링클러나 엄청난 양을 보유한 물탱크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갖추었다. 산불이 나자 비상 운영 센터를 가동하며 신속하게 나선 미술관의 대처도 관심거리다.
치명적인 재해의 위기에서도 살아남은 게티 미술관의 기적. 우리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교훈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게티 미술관 ##J. 폴 게티 ##올 더 머니 ##세상의 모든 돈 ##리들리 스콧 ##세계 최고 부자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