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위적인 정장 지고, 캐주얼한 ‘노타이에 셔츠’ 차림 늘어
트렌드보다 어깨선·기장 등 어울리는 핏 찾는 게 중요
원단·색상 다양하지만…단 하나만 고르라면 ‘네이비 울 재킷’
패션 회사에 근무하면서 디자이너가 아닌 타 부서 임원이나 팀장들의 복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회의를 하거나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자 그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넥타이를 매는 전통적인 스타일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넥타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진 듯하다. 특히 정장을 고수하는 임원들 사이에서도 노타이에 셔츠만 단정하게 입은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이런 차림이 내부에서는 ‘패션 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통하는 분위기다.
팀장들은 비교적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대체로 셔츠나 니트, 편안한 바지를 입고 출근한 뒤, 회의나 외부 미팅이 있을 때만 재킷을 걸친다. 이때 준비해둔 재킷의 스타일에 따라 각자의 패션 감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렇게 슈트와 넥타이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닌 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선택이 되었다.
슈트는 오랫동안 권위의 상징이었고, 조직의 위계와 힘을 드러내는 옷이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가 검은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 장면은 단순한 복장을 넘어선, 탈권위적이고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그 모습은 애플의 디자인만큼이나 강렬했고,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글로벌 CEO들 역시 슈트와 넥타이를 생략하기 시작했고, 그 위상은 점차 변해갔다.
상·하의가 갖춰진 슈트를 매일 입는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격식이 필요한 순간에만 재킷을 꺼내 입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되었다. 재킷을 입는 행위는 단순한 복장을 넘어,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포멀한 자리로 전환하는 하나의 태도이자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올가을에는 어떤 재킷을 준비하면 좋을까? 매 시즌 패션쇼에서는 새로운 재킷이 쏟아져 나온다. 실루엣은 점점 다양해지고, 칼라 모양과 단추 간격, 어깨선의 구조와 품의 여유까지 끊임없이 변주된다. 재킷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기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겉으로 확실히 드러내는 아이템인 만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을 많이 들이는 동시에 부담도 크다. 매 시즌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지만 재킷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담을수록 대중의 반응은 차가워지기 쉽다. 사실 런웨이에 오른 재킷은 실제 일상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으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재킷을 디자인하는 일은 매 시즌 큰 과제다. 결국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약간의 트렌드를 반영하되, 자신의 체형에 가장 어울리는 재킷을 고르는 일이다.
실제로 재킷을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우선 재킷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깨다. 요즘은 오버 사이즈가 유행하면서 어깨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는 디자인이 많다. 덕분에 경직된 인상보다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여밈 방식은 싱글브레스트와 더블브레스트 모두 유행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형에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재킷의 길이 역시 예전보다 길어져, 엉덩이를 덮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결국 트렌드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어울리는 핏을 찾는 일이다.
핏이 좋은 재킷이란, 어깨선이 몸보다 0.5㎝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 정도의 간격은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해주고, 전체 실루엣도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돕는다. 셔츠 소매는 재킷 아래로 1~1.5㎝ 정도 드러나는 것이 이상적이다. 손목에 여유가 생기면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다. 재킷의 전체 길이는 자신의 키에 따라 엉덩이를 덮거나, 그 3분의 2 정도에 닿는 길이가 적당하다.
재킷의 소재는 어떤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울은 사계절 내내 활용되는 기본적인 슈트 원단으로, 무게와 짜임에 따라 계절감이 달라진다. 초가을에는 ‘트로피컬 울’이 적당하다.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아 답답하지 않고, 한낮 기온에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기온이 조금 내려가면 ‘라이트 플란넬’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플란넬은 겨울 원단이지만, 260g 전후 가볍고 얇은 플란넬은 초가을부터 11월 말까지 충분히 입을 수 있다. 보송보송한 질감은 따뜻해 보이고, 차콜 그레이, 네이비, 카멜 톤을 고르면 세련된 가을 무드를 낼 수 있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두꺼운 울이나 트위드 소재가 적합하다. 트위드는 헤링본, 하운드투스, 체크 패턴 등으로 경쾌하면서도 스마트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턴 재킷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연한 겨울에는 캐시미어 블렌드나 100% 캐시미어 재킷도 좋다. 적당한 두께의 캐시미어 재킷은 따뜻할 뿐 아니라 소재 특유의 부드러움 덕분에 착용감이 뛰어나다. 고급 소재일수록 기본적인 컬러를 갖추고 있으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재킷이 가장 현실적일까? 회사에 둘 단 하나의 재킷을 고르라면 네이비 울 재킷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블랙을 떠올리지만, 블랙 재킷은 의외로 실용적이지 않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운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비는 부드럽고 세련된 인상을 주면서도 어떤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소뿔 단추가 클래식하고, 골드 단추로 교체하는 것도 좋다. 단추만 바꿔도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재킷 소재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계절에 맞는 옷차림을 넘어선 흐름이 보인다. 한때는 시즌마다 새 옷을 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할 때 꺼내 입는 재킷 한두 벌이 더 합리적인 시대다. 결국 재킷은 옷장을 채우는 양이 아니라 순간의 태도를 표현하는 질에 달려 있다.
■박민지

파리에서 공부하고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20여년간 일했다. 패션 작가와 유튜버 ‘르쁠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세 번째 저서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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