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경호처가 최근 징계위를 열어 부장급 간부 A씨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한다. 해임은 파면 바로 아래 중징계 처분이다. A씨는 윤석열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불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인물이다. ‘윤석열의 사병’이기를 거부했다고 취한 보복성 조치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적반하장식 징계라 아니할 수 없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수색영장 1차 집행 시도 때 경호처는 한남동 관저에 차벽·철조망·인간벽을 치고 막았다. 윤석열의 지시를 받은 김 차장이 그걸 주도했다. 김 차장은 영장 2차 집행도 저지하려 했으나 A씨는 김 차장이 주관한 회의에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경호처 직원 다수가 A씨와 뜻을 같이해 영장 집행 저지 시도는 무산됐다.
경호처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도운 경찰에 기밀을 유출했다며 A씨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 그러나 A씨는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경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터다. 그런데도 경호처는 기어이 징계위를 열어 A씨의 해임 처분을 결정했다. 기밀 유출은 구실일 뿐 윤석열과 김 차장 지시를 따르지 않은 ‘괘씸죄’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이 석방돼 관저로 복귀하면서 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다수의 경호처 직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경호처가 공수처의 2차 영장 집행도 물리적으로 막아섰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국은 공권력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무정부 상태의 국가로 세계에 비쳤을 것이다. A씨 등의 지시 거부는 법치질서를 지키고 최악의 유혈 충돌을 막은 정의로운 명령 불복종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기는커녕 A씨를 해임하려는 경호처의 결정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려 했다고 박정훈 대령을 핍박한 윤석열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12·3 비상계엄 전후 군경 간부들의 엇갈린 처신을 보면서 사회 전체가 뼈저리게 깨달은 터다. 최종 인사권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호처가 A씨의 해임을 제청하더라도 결코 수용해선 안 된다.
경찰은 17일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네 번째 신청했다. 서울고검 영장심의위가 김 차장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터라 검찰도 더 이상 뭉갤 명분이 없을 것이다. 검경은 김 차장을 즉각 구속해 경호처 직원들과 분리 조치하고,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