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두달 혜택’에 굳이…농가 고용 계절근로자 ‘건보 가입’ 난감

2024-10-22

농가에 고용돼 국내에서 6개월을 넘겨 일한 계절근로자는 이달부터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최장 8개월 국내 체류가 가능한 계절근로자가 길어야 두달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적지 않은 건강보험료를 내게 되면서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계절근로자를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역가입 당연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바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4일 시행됐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건강보험 당연 가입이 원칙이다. 그동안 계절근로자는 국내에 3개월(C-4) 또는 5개월(E-8)까지만 체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건강보험과 접점이 없었다. 다만 계절근로자 사업지침에 따라 농가가 아닌 법인에 고용된 계절근로자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해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E-8 자격의 계절근로자가 체류 기간을 3개월 연장해 최장 8개월 머무를 수 있게 되면서 최근 이들을 건강보험 제도로 포섭하는 내용의 관련 법령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체류 기간이 6개월을 경과한 계절근로자에게 최근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보험료 부담문제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계절근로자에게는 월 최소 15만990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료 13만3680원에 장기요양보험료 1만7310원을 더한 액수다. 윤상진 경남 밀양시농업외국인고용주연합회장은 “월 200만원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는 계절근로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또는 농업인안전보험)과 여행자보험에 더해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까지 부과하는 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벌써 농가에 건강보험료를 부담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절근로자가 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재입국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계절근로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두달로,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8개월의 체류 기간을 획득한 계절근로자도 농작업이 마무리되면 조기 출국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뀐 시행규칙에 따르면 6개월 하고도 하루만 더 국내에 체류해도 한달 치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료를 내고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해법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 달성을 위해 ‘체류 6개월 기준’을 없애고 입국 즉시 가입 대상에 포함하자는 의견이다. 실제 법인에 고용된 계절근로자는 체류 기간과 관계없이 바로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복지부는 “비교적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보장받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에게 입국 후 건강보험 가입을 즉시 허용하면 ‘의료 쇼핑’ 등에 건강보험이 악용될 수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다른 해법으로는 건강보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동안에도 계절근로자가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놓인 건 아니었다. 농가에 고용되는 계절근로자는 국내 체류 중 발생한 사고·질병에 대비해 체류 기간만큼의 여행자보험을 필수로 가입하고 있다. 희년의료공제회를 추가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제회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민간에서 만든 상호 부조 형식의 의료보험제도로, 월 1만원을 내면 공제회의 협력병원에서 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원칙도 좋지만, 비교적 단기로 체류하는 계절근로자 특성에 맞게 민간을 활용하는 등의 유연한 제도 운용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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