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평 호화 집무실 보자"던 與, 서열 5위 대법관 방에 간 이유

2025-10-21

“대법원 대법관실이 ‘75평이다, 호화롭다’는 언론 보도가 있으니까 현장을 간 거예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있었던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이 대법원 청사를 돌아다니는 영상을 1940년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 독일과 1895년 을미사변 후 일본 낭인의 기념사진에 빗대자 나온 반박이었다.

박 의원이 말한 75평이란 민주당이 현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이후 26명으로 바뀜)으로 늘리겠다고 하자, 지난달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청사 신축 등에 1조 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숫자다. ‘대법관 30명 집무실 등 필요면적’은 7425㎡로 기재됐는데, 이를 1인당으로 나누면 247.5㎡(74.3평)가 된다.

집무실은 대법관 1인만의 공간이 아닌, 접견실·부속실·창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 장관의 집무실과 같다. 추미애 위원장 등 민주당은 “서초동에 75평, 경악할 일”(최민희 의원)이라고 공세를 퍼부으며 현장 검증 명분으로 삼았다.

15일 현장 방문 때도 민주당은 “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대법원을 증축할지 여부 등 기본적인 사안을 확인해야 입법에 도움이 될 것”(김용민 의원)이라며 집무실 방문 목적이 평수 확인이라고 했다. 이튿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대법관 PC를 보러 다닌 게 아니고 대법관 증원을 위해 대법관 사무실의 평수를 보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5순위 서경환 집무실 방문

하지만 현장 검증을 목격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여권 의원들의 모습은 ‘단지 평수를 확인하러 갔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 청사에는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천대엽(61·사법연수원 21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집무실이 있고, 크기와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어딜 가든 상관이 없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당시 법원행정처에 오석준(63·19기) 대법관의 집무실을 콕 집어 보여달라고 했다고 한다. 오 대법관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임명한 대법관으로, 2022년 11월 취임했다. 그간 민주당 일각에선 오 대법관(80학번)이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인 윤석열(79학번) 전 대통령과 가깝다고 의심해왔다.

그런데 당시 오 대법관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방문이 불가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방문을 준비하는 현장 실무자 사이에선 노태악(63·16기) 대법관 집무실 방문을 대비했다. 대법원은 임명 일자에 따라 소부를 구성(대법원사건배당내규 10조)하고 좌석 배치까지 정하는 등 서열을 중히 여기는데, 노 대법관이 최선임(2020년 3월 취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결국 들어선 곳은 서경환(2023년 7월 취임, 59·21기) 대법관의 집무실이었다. 임명순위 서열상 노 대법관-이흥구(2020년 9월 취임, 62·22기) 대법관-오경미(2021년 9월 취임, 57·25기) 대법관-오석준 대법관에 이은 5순위 대법관이었다. 2021년 5월 취임한 천대엽 처장까지 포함하면 6순위다.

그렇게 여권 인사들은 서 대법관의 집무실과 전속 재판연구관실까지 모두 둘러봤다. 박지원 의원은 방문 직후 페이스북에 “세간에 75평 호화 사무실이라는 대법관 방도 보았다. 집무실·기록열람실·부속실·수석재판연구관 등 솔직히 국정원장실보다 ?”라는 후기를 남겼다. 본인이 역임했던 국정원장 집무실보다 작다는 취지다.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과 무관치 않을 것”

법조계에선 이런 결과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태악 대법관의 경우 겸직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책으로 인해 회피를 신청, 이 대통령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10명 대법관 다수의견과 달리 반대 입장을 낸 2인이다.

즉, 파기환송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만을 기준으로 보면 오석준 대법관이 최선임, 서경환 대법관이 차선임이 되는 구조다.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이 단지 사무실 크기를 보러 갔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며 “이 대통령을 건드린 자는 삼권분립과 상관없이 모두 보복하고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국정감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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