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동의의결을 통해 EBS에 3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출연한다. 이에 따라 예산 부족으로 지난 2023년부터 중단됐던 EBS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무료 라이브 공연이 3년 만에 전격 재개될 전망이다. 또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기존 요금보다 40% 이상 저렴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도 도입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글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해관계인 등이 제출한 의견을 토대로 전원회의 심의 및 구글과의 추가적인 협의를 거쳤다"며 "보다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되고 국내 음악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잠정 동의의결안을 수정·보완하였다”고 말했다.
이번 최종 동의의결의 핵심 상생안은 EBS를 통한 국내 음악 산업 지원이다. 구글은 EBS에 총 3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4년간 독립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중음악 공연 문화의 산실로 불리는 스페이스 공감의 부활이다.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부터 20여년간 3100회 이상의 무료 공연을 진행하며 대중이 공연 문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여해 왔으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023년부터 무료 공연을 중단한 상태였다. EBS는 이번 상생기금을 활용해 향후 연 80회 내외의 무료 라이브 공연을 다시 개최하고, 연 40여 편의 공연 영상을 제작해 송출·유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헬로 루키’ 프로젝트도 재개된다. 2007년 시작돼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던 이 프로그램 역시 2022년 이후 중단된 바 있다. EBS는 매년 오디션을 거쳐 10개 팀 내외의 신인을 발굴해 지원함으로써 다시 한번 신인 등용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신규 요금제도 도입된다. 구글은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와 뮤직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동영상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유튜브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한다. 가격은 안드로이드와 웹 기준 월 8500원, iOS 기준 1만 9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안드로이드 기준 1만 4900원) 대비 약 57% 수준이다.
특히 국내에 출시되는 유튜브 라이트는 해외 버전과 달리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해외에 출시된 라이트 요금제는 단순히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되지만, 국내 출시 버전에는 동의의결 취지를 고려해 백그라운드 재생과 오프라인 저장 기능이 추가로 탑재됐다. 다만 음악 권리자와의 계약 문제로 인해 공식 뮤직비디오 등 음악 콘텐츠를 제외한 비음악 콘텐츠에 한해서만 해당 기능들이 제공된다.
최근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해 가격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구글은 유튜브 라이트 출시일로부터 1년간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 이상이거나 콘텐츠 비용이 급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정위 승인을 거쳐 인상이 가능하다.
구글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유튜브 라이트를 정식 출시해야 한다. 구글 측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출시 후 1년간은 라이트 요금제의 가격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향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구글의 이행 사항을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