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의 마지막 세대가 될 터이니, 여러분은 선진 대한민국의 첫 세대가 돼 주십시오.”
고(故) 김우중 대우 회장의 어록이 담긴 영상이 스크린에 흘러나오자, 고인의 부인 정희자(84) 아트선재센터 회장은 만지작거리던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대우재단은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에서 추모 영상 ‘김우중의 꿈’을 상영했다. 이날은 김 회장의 5주기다. 정 회장은 기자와 만나 ‘김 회장 생각이 많이 났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도 2세들(자녀들)이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어서 하던 일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대우재단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김 회장 2주기를 맞은 2021년 제정됐다. 김 회장의 차남 김선협 대우재단 이사장은 “이맘때면 선친께선 늘 해외에서 고생하는 대우가족에게 향했다.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며 불모지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대우가족을 찾아 큰형·큰아버지가 돼줬다”며 “선친께선 자신이 한글로 공부하고 대학을 갔던 첫 세대라고 말씀하셨고, 시대적 책임감으로 국가 경제 발전과 보건의료·사회발전에 앞장섰다”고 추억했다.
영상 축사를 보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41년전 도서와 오지에 병원을 세우고 무의촌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던 김 회장과 대우재단의 선구적 활동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김 회장은 전 재산을 쾌척해 선구자적 혜안으로 학술지원사업을 시작했고, 43년간 2000명 넘는 기초연구학자들의 연구 도왔다”고 회고했다.
추모 영상에는 청년 김우중이 선진 한국의 꿈을 품고 ‘김기즈칸’(김우중 징기즈칸)이란 별명을 들으며 세계를 개척한 30여 년의 여정이 담겼다. 영상 제작을 위해 옛 ‘대우 맨’들도 다시 뭉쳤다. 윤영석 전 대우중공업 회장(수출),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부실기업 정상화), 장병주 전 대우재단 이사장(공익사업과 경제위기 극복) 등이 직접 나서서 기억 속의 ‘뜨거웠던 시절’을 다시 꺼내냈다. 김 회장을 수행했던 비서·홍보실 출신 ‘대우 맨’들도 기획단계부터 참여했다고 한다.
최윤권 대우재단 사무국장은 “김우중 회장의 5주기를 맞아 우리가 이어가야 할 유산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며 “동시에 44세에 본인이 보유한 대우 주식을 모두 환원한 ‘청년 김우중’이 성취한 것들에 대해서도 정리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김우중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대우재단(1978년)과 대우학원(1977년)은 현재까지도 국내 학술·교육·보건의료·문화예술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우재단은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무주·신안·진도 등 도서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30여 년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 대우꿈동산·행복나눔섬지역센터·아트선재센터·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등 공익 사업을 46년간 이어오고 있다. 대우학원은 아주대·아주자동차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