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21일(현지시간) 낙마한 가운데,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에게 워싱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육군 소령 출신으로 2014년부턴 폭스뉴스의 해설자 등으로 활동하다 국방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헤그세스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20일 헤그세스의 2017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22페이지 분량의 경찰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2017년 10월7일 캘리포니아 공화당 여성 연맹이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행사 이후 한 여성이 헤그세스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한 내용이 자세히 담겼다. 해당 여성은 헤그세스가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객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뒤 성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헤그세스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여성과의 관계가 합의에 따른 것이었으며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피해 여성과 여성을 치료한 간호사, 호텔 직원,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여성, 헤그세스의 경찰 조사 내용 등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 여성이 간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간호사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피해 여성은 5일 전에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으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성폭행을 당한 객실로 가기 전에 마신 음료수에 무언가가 들어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과 함께 호텔에 묵었던 남성은 그날 밤 피해 여성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아 걱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여성은 파티에서 헤그세스가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가 여성의 다리를 쓰다듬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말했다. 여성은 자신의 친구에게 헤그세스가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풍겼다고 문자를 보냈다고도 진술했다. 이후 여성은 헤그세스 및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헤그세스와 말다툼을 벌였다고도 진술했다. 이후 호텔 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자신을 방으로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에게 합의에 따른 관계라는 사실을 수차례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헤그세스의 변호인과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 측은 경찰 보고서는 해당 사건이 완전히 조사됐고, 경찰이 (여성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가 여성에게 비밀리에 합의금을 지급한 것은 성폭행 혐의로 폭스뉴스에서 해고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헤그세스는 부통령 당선인인 J D 밴스 상원의원과 미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미 의회 상원의 의석 분포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하다. 헤그세스는 영관급 예비군 장교로 국방장관에 파격 임명되며 전문성 부족 논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 낙마에 이어 헤그세스 국방장관까지 낙마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과 정권 인수팀에 타격도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 구성원들은 헤그세스의 성폭행 혐의와 경찰 보고서에 매우 놀랐고, 헤그세스에 대한 좌절감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헤그세스가 2021년 해당 경찰 보고서가 공유됐으나 헤그세스는 해당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정권 인수팀에 알리지 않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WSJ에 전했다. 한 소식통은 매체에 “이것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또 다른 사례이기 때문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여전히 헤그세스를 지지한다면서도 “언론 보도, 특히 TV 보도가 나쁘게 나오면 트럼프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