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암살’에도 관여 정황
보우소나루 “경찰이 꾸며낸 사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짓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암살 계획에 관여한 정황도 발견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경찰은 ‘2022년 쿠데타 미수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 보고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범죄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등 37명을 쿠데타 미수와 민주 법치 국가 전복, 범죄조직 등 3개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종 기소 여부는 연방검찰이 경찰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 쿠데타 시도 혐의에는 최대 12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기소 확정 전까지 수사 보고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에 어떤 식으로 개입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2022년 해당 의혹이 제기된 이후 수사에 나선 경찰이 2년 만에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 암살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브라질 경찰은 룰라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2022년 12월15일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며 이와 관련한 혐의로 군 고위관계자 5명을 지난 19일 붙잡았다. 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당시 암살 미수와 관련한 내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경찰 발표에 반발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찰이 창의력을 총동원해 꾸며낸 사건”이라며 “검찰총장 방에서부터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룰라 대통령에 패했지만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로 퇴임했고, 선거가 ‘사기’였다는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해 1월8일에는 지지자 수천 명이 정부 청사와 의사당을 습격하는 폭동이 벌어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가담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선거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와 권력 남용 등 혐의로 2030년까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는 재임 중 외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석류를 밀반입한 혐의와 미국 방문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내역을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들도 조사해 기소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아직 기소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