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 대선까지 48일…선거 관리 준비는
6월 3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까지 48일밖에 남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빈 사무총장을 만났다. 대선 당일 전국 254개 투·개표소를 관리하고 사전투표 10만7000명, 본 선거 14만명, 개표 사무원 7만명 등 32만명을 지휘하게 될 그의 어깨는 무겁다. ‘소쿠리 투표’로 상징되는 부실 선거 관리 오명을 씻고, 부정 선거 논란을 일소하면서, 가족 회사란 비아냥까지 들은 특혜 채용 등 내부 비리를 척결해야 하는 삼중고를 안고 있다.
“사전투표 CCTV 24시간 공개 방침”

이번 대선에서 선관위가 신경 쓰는 대목은 무엇일지요.
“부정선거 의혹 일소인데, 이 의혹은 늘 사전투표와 관련해 제기돼왔어요. 그래서 사전선거투표함 24시간 CCTV 영상을 공개하고 기계가 분류한 표를 사람 손으로 재점검하는 수검표 도입 등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원천 차단할 방침입니다. 특히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사전 투표 숫자가 진짜 투표수보다 부풀려져 발표된다는 뻥튀기 의혹이 끊이지 않으니, 실질적으로 몇 명이 투표했는지 알 수 있는 확인증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제언했어요. 사전 투표하러 온 유권자 전원에게 투표지와 함께 ‘사전투표 확인증’을 발급해, 투표지는 투표함에 넣고, 확인증은 옆에 마련된 별도의 함에 넣게 하면 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얘기에요. 의미 있는 제안이긴 한데 국민 입장에선 확인증 투함 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니 관련 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실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신 이틀간의 사전투표 기간 내내 사전 투표자 수를 시간대별로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투표소마다 투표자수 공개하면
‘뻥튀기 의혹’ 해소에 도움될 것
특혜채용 이달말 임용 취소 추진
고교생 상대 선거교육 강화 필요
사전 투표자 수 시간대별 공개 방안이요?
“대선 사전투표 기간인 5월 29~30일 양일간 전국 3500여 사전투표소별로 시각마다 사전투표 숫자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언론사 등을 통해 공개하는 거죠. 예를 들어 29일 오전 ○○시 현재 서울 ××동 투표소에선 관내 ○○○명, 관외 ○○명이 투표했다고 공개하고, 1시간마다 업데이트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부정선거 논란 차단에 도움이 될까요.
“부정선거론은 뻥튀기된 사전투표자 숫자만큼 허위 투표지를 투입한다는 주장이거든요. 이런 우려를 하는 부정선거론자들이 사전투표 참관인으로 투표소에 들어가 시간대별로 사전투표자를 카운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선관위는 사전투표 종료 뒤 투표소 별로 사전 투표지 총수만 발표해오다 보니 부정선거론자들에겐 ‘우리가 카운트한 건 ○○명인데 선관위 발표는 ○○○명’이란 식으로 오인될 우려도 있었습니다. 투표소마다 시간대별로 투표자 수를 공개하면 이런 오인이 일소될 수 있을 겁니다. 서버 용량 등 기술적 측면에서 매시간 공개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사전투표 관리관 날인 땐 더 큰 혼란”
본 선거와 달리 사전투표에선 투표관리관이 투표지에 날인하지 않는 것도 부정선거 시비가 이는 이유인데요.
“지난해 총선 때 서울 강남구 역삼동 투표소를 직접 가봤는데,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몰려 줄을 섰다가 투표를 포기하고 투덜거리면서 떠나는 걸 목격했어요. 이런 마당에 현장 날인 절차를 도입하면 투표시간이 더욱 지연될 게 뻔합니다. 또 인천공항 같은 대형투표소는 관리관이 여러 명인데, 날인하게 되면 도장이 각각 달라 조작 시비 우려가 오히려 가중돼요. 게다가 사전투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특히 첨예합니다. 사전 투표함을 까면 젊은 층 표가 확실히 많이 나옵니다. 이건 검증이 끝났어요. 대학생·직장인들은 주민등록지와 생활 근거지가 다르니까 사전투표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현장 날인을 도입하면 대기시간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선관위가 의도적으로 사전투표를 막으려고 현장 날인을 도입했다’는 논란마저 부를 수 있어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2심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선관위의 허위사실 유포 단속 기준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심에선 유죄 선고를 받았죠. 1심과 2심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으니 선관위로선 대법원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거기 맞춰 단속 기준도 정리가 될 거로 보입니다.”
선관위는 얼마 전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현수막을 단속하겠다고 했다가 뒤집는 소동을 빚었는데요.
“그래서 단속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레드(불법), 블루(합법),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호한 그레이(회색)등 3단계 분류법이죠. 레드는 엄격히 단속하되, 회색 지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발언은 가급적 약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선관위원회에서 의결했어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입니다.”
“나였다면 딸 사퇴 설득했을 것”
지난달 전직 고위급 간부 11명의 자녀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감사원의 고발을 당했는데, 그 의혹은 중앙일보 보도로 2년 전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선관위는 무얼 했습니까. 늦장대응 아닌가요.
“문제의 11명 중 10명을 직무 정지시키고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인데, 가급적 이달 말까지 임용 취소를 추진할 겁니다. 1명은 이미 사직했고요. 채용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지난 1년 8개월간 감사를 했는데, 이 기간에는 자체 징계가 안 돼 늦장대응이란 오해가 생긴 듯합니다. 어쨌든 감사원이 요구한 중징계 대상자 8명 중 6명을 중징계하는 등 감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신속하게 징계를 했고, 현재 거의 모든 조치가 행해졌다고 보면 됩니다. 또 감사와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8명에 대해 수사 의뢰도 했어요. (박찬진·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이 채용 비리 의혹 핵심인데, 그들도 포함됐나요?) 예, 그들을 가장 먼저 수사 의뢰했죠.”
지난달 국회에 출석한 박찬진 전 총장은 채용 비리 의혹을 받아온 딸을 사퇴시킬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해 논란을 빚었는데요.
“나였다면 딸에게 (사퇴하라고) 설득했을 것 같습니다. 사퇴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선관위가 처한 상황이나 채용 비리에 민감한 청년층의 정서를 고려하면 가혹하게 느껴지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선관위 직원들이 고위직 자녀 채용을 위해 평정표를 비워두는 등 비리를 저지른 뒤 후임 직원에게 관련 파일을 폐기하게 하고 “너도 공범”이라고 협박했다는데,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 아닌가요.
“당연히 그 비리를 저지른 직원들은 징계가 됐어요. 발견되는 대로 족족 중징계했습니다. 나름대로는 더는 채용 비리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논란의 업무폰, 9대만 남기고 정리”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컨드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통화한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어떻게 이런 경우가 다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김 전 총장은 선관위 내부 특정 과에 배정된 업무폰을 끌어당겨 자신의 명의를 숨기고 그 과 명의로 썼으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그 얘기를 듣고 ‘업무폰 관리 대장이 있느냐’고 직원들에게 물으니 ‘없다’는 겁니다. 이것부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21년 말 기준 22대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된 업무폰을 공보과·단속지도과 등 업무상 꼭 필요한 부서용 9대만 남기고 전부 정리했습니다.(본인은 차명폰이나 업무폰 쓰시나요?) 저는 없어요. 오래전부터 써온 개인폰만 씁니다. 저 말고 3급 이상 고위 간부들 전원이 업무폰 안 씁니다.”
“선관위, 투명한 감사 가능…믿어달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니, 선관위의 비리는 자체 감사 외엔 파헤칠 길이 없게 됐는데, 감사 시스템이 그럴 만큼 독립적일지 의문입니다.
“사무처로부터 독립된 감사관을 뽑은 만큼 그럴 우려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무총장은 감사관의 보고만 받지, 지휘권이 없고, 감사 부서 직원들 인사도 반드시 감사관의 의견을 듣고 해야 합니다. 감사관이 반대한다면 인사 못 하는 거죠. 지난 연말 인사도 감사관 의견을 듣고 했어요. 만일 총장이 감사관 말 안 듣고 인사를 강행하면 감사관은 선관위원회에 직보할 수 있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선거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연령이 18세로 내려갔잖아요. 고교생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우리나라 교과과목에 ‘선거’가 빠져있어요.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전부 선거제도 교육을 의무화했는데 우리는 없는 거죠. 고교 1년생 교과목에 선거의 의미와 절차를 최소한 1시간 필수과정으로 지정하면, 선거와 관련한 편향된 정보를 검증하고 선관위에 대해서도 이성적으로 견제하는 시민이 양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