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로 계몽된 중국?

2025-03-09

딥시크 쇼크로 중국 전역이 계몽된 모양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이웃인 장쑤성 성도 난징. ‘항저우에 딥시크가 있다면 난징엔 도대체 뭐가 있냐’는 자조적 글이 난징 관영 매체에 실렸다. 한 편도 아닌 세 편이 이틀 사이에 잇따라 나왔다. 공산당의 선전도구인 중국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난징시 당서기 입장에선 꽤 불편할 텐데 그는 쿨하게 말했다. “항저우의 혁신 정신을 본받자”고.

이어 안후이성 성도 허페이와 허난성 성도 정저우, 첨단산업 1번지인 광둥성, 그리고 톈진 등 중국 전역이 딥시크를 배출한 항저우를 배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은 아예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인공지능(AI) 교육을 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등 민영 기업가들을 불러 좌담회를 연 건 요원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저장성 당국이 항저우의 혁신 원인이라며 한마디 했다.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그저 맡은바 자기 일에 전념한 결과라는 것이다. 마치 전국 수석이 학교 수업에만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데 저장성의 설명 중 두 가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일이 있으면 서비스하고 없으면 방해하지 않았다(有事就服務 無事不打擾)”는 거다.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그렇지 않으면 내버려 뒀더니 엄청난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다. 이는 바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성공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오래전 한 중국 학자에게 개혁개방의 성공 요인을 묻자 그는 ‘석방(釋放)’이라는 두 글자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당과 정부에 의한 계획이 아니라 인민이 알아서 하도록 두니까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항저우에 ‘육룡(六龍)이 나르샤’ 현상이 펼쳐진 데는 민간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모든 걸 국가와 국유기업 주도로 이뤄내려는 시진핑 주석의 생각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저장성이 2017년부터 ‘로봇 플러스’ 행동계획을 추진했는데 이 정책이 지도자 교체로 인해 바뀌는 일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리더십이 변해도 정책만큼은 꾸준하게 시행된 것이다.

저장성의 말을 들으며 자연히 떠오르는 건 우리 현실이다. 둘로 쪼개진 여야는 서로 반대만 하는 걸 지상과제로 여긴다. 상대가 실패해야 내가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 고치지 않고 우리의 미래가 과연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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