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27곳이 장애인 고용 미이행 기업으로 고용노동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제약은 4년 연속 장애인 고용 미이행 기업에 포함됐다. 5대 제약사 중 종근당도 명단에 올라 불명예를 안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낮은 사업체 중 지난해 개선 노력이 미흡한 기관·기업 328개소 명단을 공표했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인 곳으로서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장애인 고용률이 1.55%(의무고용률 3.1%의 50%) 미만이고,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기업 298개소가 공개됐다. 이중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47개소, 상시근로자 500~999명 88개소, 300~499명은 163개소였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27곳이 포함됐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인 코오롱은 4년 연속 명단에 포함됐다. 코오롱제약의 상시근로자는 411명으로 고용의무인원 12명 중 1명만 고용하는 데 그쳤다.
국내 5대 제약사에 속하는 종근당은 2023년 12월 기준 장애인 고용률이 0.3%에 그쳤다. 종근당의 상시근로자는 2297명으로 고용의무인원은 71명이지만 7명만 고용했다. 또 종근당그룹 계열사인 종근당바이오 역시 상시근로자 488명, 고용의무인원은 15명이지만 4명만을 채용해 고용률이 0.82%에 불과했다.
지난해 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첫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고용 불이행 관련 증인으로 김영주 종근당 대표가 채택되기도 했다.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인 기업 중에는 지멘스헬시니어스가 포함됐다. 지멘스헬시니어스는 1074명의 상시근로자 중 고용의무인원은 33명이지만, 12명을 고용했다.
상시근로자 500~999명인 기업 중에서는 ▲메드트로닉 코리아 ▲한국아이큐비아 ▲한국애보트진단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아이센스가 장애인 고용 불이행 기업 명단에 올랐다.
상시근로자 300~499명인 기업 중에서는 ▲지이헬스케어코리아 ▲한국로슈진단 ▲JW생명과학 ▲코오롱제약 ▲한국애브비 ▲한국비엠아이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솔루션스 ▲에이프로젠 바이오로직스 ▲코아스템켐온 ▲동광제약주식회사 ▲오상헬스케어 ▲바이오노트 ▲드림텍 ▲삼천당제약 ▲종근당바이오 ▲신신제약 ▲명인제약 ▲클래시스 ▲바이엘코리아 ▲이연제약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은 메드트로닉코리아, 한국아이큐비아, 지이헬스케어코리아, 한국로슈진단, JW생명과학 등 총 5곳이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는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고 고용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해, 고용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수 50명 이상 사업장으로 지난해 기준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은 의무고용률 3.8%, 민간 기업은 3.1%다. 상시 100명 이상 고용사업주는 의무고용 미이행 시 부담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 부담 의무를 어길 시 부과되는 고용부담금은 고용 의무의 이행 수준에 따라 전체 미달인원에 달리 정한 부담기초액을 일괄 적용해 부과한다.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경우 지난해 기준 부담기초액 206만740원(해당연도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상시근로자 1000인 기업이 고용해야 할 장애인 수는 31명으로, 1년 동안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을 경우 약 7억6659만원을 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하는 것보다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편이 더 비용을 아낄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낮은 탓에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기업이 많다는 점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기업이 낸 부담금 총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기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어긴 기업 중 직원 100명 이상 기업 8040곳이 총 7443억원의 부담금을 냈다. 직원 100명 이상 둔 대기업 비중이 가장 커 이들이 낸 부담금이 전체 금액 중 45%(3354억원)를 차지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22년 고용부담금(8585억5900만원)과 비교하면 약 1142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 공표 제도가 실효성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백영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명단공표 제도는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기관과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고자 2008년 도입됐지만, 도입 이후에도 만성적으로 고용이 저조한 기업이 여전히 많고, 대기업집단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공표되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노력을 하나 500인 미만의 경우에는 그 효과가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지도 기간과 공표방법, 공표내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특히 추가요건 중에서도 '명단공표 기준인원 이상 채용'의 요건충족으로 제외되는 경우 향후 장애인 고용이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나, 그 외 요건의 경우 사전예고 상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오히려 명단공표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 요건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