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초단기 근로자 사상 최대…경제 불확실성에 더 나빠질 듯

2025-01-03

[비즈한국] 지난해 취업자 10명 중 3명은 취업 시간이 주 36시간에도 못 미치는 단기 일자리를 얻어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 등으로 고용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고용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처럼 주 36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 취업자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 이래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겼다.

여기에 제대로 된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수도 6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일자리 질이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따른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경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자리의 질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902만 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1.5%를 차지했다.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900만 명을 넘은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며,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은 것 역시 지난해가 최초다.

2000년에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이 9.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4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 근무시간 36시간이 단시간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를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이라는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임금이나 근무 환경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주 36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 취업자가 늘었다. 남성의 경우 지난해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390만 6000명을 기록해 40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은 이보다 많은 511만 9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대를 넘어섰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지난해 전체 취업자(1268만 1000명) 중 40.4%가 이러한 단기 취업자였다. 취업시장에서 약자인 여성들의 일자리 사정이 더욱 나빠진 것이다.

지난해 심각한 경제난에 단시간 근로자 중에서도 연차유급휴가나 주휴수당, 퇴직금, 각종 보험 등을 챙겨줄 필요가 없는 초단기 노동자인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업주들이 경제적 부담이 적은 초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을 위주로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일자리 취업자의 수는 176만 1000명으로 2023년 160만 명에 비해 10.1%(6만1000명)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를 기록해, 규모와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각종 근로 혜택에서 제외되고, 2년 후 정규직 전환 대상도 아니어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이다.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 흐름은 최근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2000년에는 43만 6000명 이었던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2015년에는 86만 6000명을 기록하며, 15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이어 2018년에 109만 5000명에 100만 명대를 넘어선 데 이어 3년 뒤인 2021년에는 151만 2000명으로 151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80만 명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주당 근무시간이 짧은 일자리뿐 아니라 계약 기간이 1년이 되지 않는 임시 근로자의 수도 늘었다. 계약 기간 1년 미만 임시직 근로자는 지난해 480만 6000명으로 2023년(461만 7000명)에 비해 4.1%(18만 9000명) 늘었다. 임시직 근로자는 2016년 512만 4000명을 정점으로, 2017년 499만 2000명으로 500만 명대 밑으로 내려온 뒤 2018년 485만 1000명, 2019년 479만 5000명, 2020년 448만 3000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해 2022년 467만 8000명까지 늘었지만 2023년에 재차 감소세를 탄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늘어나면서 경기 악화에 일자리의 전체적인 질이 악화했음을 보여줬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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