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10% 가구 소득격차 처음으로 2억 넘었다

2025-01-05

지난해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처음으로 연 2억원을 넘어섰다. 자산 격차는 15억원 넘게 벌어졌다. 양극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면서 민생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소득 격차가 자산·교육·건강 격차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세·근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를 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연 평균 소득은 2억105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억9747만원)보다 1304만원(6.6%) 늘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7년 이래 처음 2억원을 넘어섰다.

소득 하위 10%(1분위)의 연 평균 소득은 1019만원이었다. 전년보다 65만원(6.8%) 늘었지만 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 소득 상·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2억32만원으로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소득자의 임대·이자·배당수익 등 재산소득이 불어나며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 상위 10%의 재산소득이 전년보다 459만원(24.7%) 급증했다. 이어 사업소득(262만원)과 근로소득(572만원)도 각각 7.5%, 4.1% 씩 올랐다. 성과급 등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늘어난 영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잡러’(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 및 노인 일자리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일자리 종사자와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이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라며 “선심성 복지정책보다는 근로장려금 등으로 일자리로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상·하위 10%간 자산 격차도 15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의 자산은 16억2895만원이었고, 소득 하위 10%는 1억2803만원에 그쳤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상위 10%가 전체 가계 순자산의 44.4%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9.8%에 불과했다. 순자산 지니계수 역시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12로 올라갔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평등할수록 0에, 불평등할수록 1에 가까워진다.

양극화 문제에 대응할 정치 리더십은 없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양극화 대책은 빠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5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 보고서에서 “부유층 또는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누진세제가 기본적인 양극화 해법”이라며 “정치적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절한 누진과세 제도와 금융 비대화 완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양극화가 자산 양극화를 부르고, 이후 공간(부동산)과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다중 격차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소득세나 상속세 등 재산세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세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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