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보복 선봉…EU 수위 '이 나라' 결정에 달렸다

2025-04-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가장 강경하게 반발했던 유럽연합(EU)의 보복 수위는 역내 경제 규모 1, 2위인 독일과 프랑스가 아니라 3위 이탈리아가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강도 보복’을 원하는 독일·프랑스와 달리 신중론을 펴는 이탈리아의 움직임에 따라 EU 내 여론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보복관세 대상 품목을 확정해 27개 회원국에 제시한다. 9일 치러지는 회원국 표결에서 회원국의 55%(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총 찬성 인원이 EU 총인구의 65%를 넘으면 집행위 원안대로 시행된다.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품목엔 미국산 육류와 곡물, 와인, 목재, 의류, 진공청소기, 화장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EU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반발하며 보복을 천명했지만 실제 시행에 들어가는 건 망설여왔다. 실제로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련 보복관세 조치는 지난달 12일 발표됐지만, 집행위는 시행 시점을 두 차례 연기했다.

보복을 주저해온 건 회원국 간 이견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스페인·아일랜드·헝가리 등은 신중한 접근을 주장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EU 내 ‘신중 대응 진영’의 대장격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반대하면서도 정면충돌을 지양하고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잘못된 결정이지만 또 다른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엔 이탈리아의 높은 대(對)미 교역 의존도가 작용한다. 2022년 기준 미국은 이탈리아 대외 수출량의 약 10.39%(약 685억 달러·100조원)를 차지하는 제2수출국이다. 멜로니가 트럼프와 돈독한 친분을 보여온 것도 있다. 멜로니는 지난 1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유일한 유럽 정상이다.

독일·프랑스로선 보복 조치 실행을 위해선 이탈리아의 동참이 필수다. EU 인구(약 4억5000만 명)의 약 13%를 차지하는 이탈리아가 반대하고, 그 외 보복 반대진영이 이를 따른다면 표결 통과가 쉽지 않아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멜로니에게 트럼프 관세에 대항하는 보복 조치를 지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이탈리아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강행 의지를 이어갈수록 “보복 없이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독일·프랑스 주장을 이탈리아가 외면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 때문이다. FT는 “EU 관계자들이 이탈리아에 미국과 유럽 중 한 편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신중파 EU 회원국의 입장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보다 더 막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의 자동차·상호관세 대응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3일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 5일부터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9일부터는 EU산 제품에 20%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EU는 보유한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인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검토 중이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다. FT는 “ACI는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한술 더 떠 디지털세 부과도 주장중이다. 에릭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 빅테크의) 특정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선택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가 다수 위치한 아일랜드는 디지털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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