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원영수 국제포럼= 10월 20일 스페인 정부의 민주화 기억 사무국과 공영방송 RTVE는 프랑코 독재 시대(1939~75) 실종자들에 대한 최초의 시청각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 협정에 서명했다.
“6000개 무덤의 나라”라는 제목의 이번 프로젝트는 스페인 내전(1936~39) 동안 극우 정권이 자행한 범죄에 대한 기억을 회복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피해자 단체인 강제 실종 희생자 플랫폼에 따르면, 내전과 그 이후 공화 진영의 14만 명이 살해당했다. 희생자의 다수는 대규모 매장지에 묻혀 있고, 아직 시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거나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RTVE 뉴스의 혼 아리스티무료 감독은 “이름을 잃어버린 사람들, 타인에 의해 이름이 지워진 사람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내전 시기에 살해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화 기억 사무국의 페르난도 마르티네스 국장은 두 기관이 힘을 합쳐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청각 지도 외에, 다큐멘터리와 포드캐스트 등 3가지로 진행되고, 다큐멘터리는 “역사적 기억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시대의 고통, 용기와 존엄”을 다룰 계획이다.
RTVE 뉴스는 프랑코가 사망한 지 3년 뒤인 1978년 “대지에 묻힌 보리”(A Flor de Tierra)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40년 전 나바로의 리베라 지역에서 프랑코 군대에 처형당한 뒤 대량 매장지에 묻힌 공화파 투사들을 찾아가는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스페인 내전은 제2 공화국의 민주 정부에 대해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보수파, 왕당파, 파시스트 연합세력의 반란으로 시작됐다. 1936년 군대 쿠데타로 시작된 내전으로 스페인은 공화주의 진영과 민족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처절한 내전을 벌였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불개입 정책을 고수한 가운데, 소련과 국제여단이 공화파를 지원했고, 프랑코의 반란군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이탈리아와 히틀러의 나치 독일 지원을 받았다.
스페인 내전은 2차 대전 이전 민주 세력과 파시즘이 충돌한 최대 규모의 전쟁이었고, 내전임과 동시에 국제전이었다. 또 2차대전을 일으킨 파시즘 세력의 군사 무기 실험장으로 2차대전의 서곡으로서 기록되고 있다.
3년에 길친 내전으로 전 국토가 파괴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1939년 승리한 프랑코는 극우 파시스트 독재를 1975년 사망 시까지 유지했고, 독재 아래서 가혹한 탄압과 검열은 계속 이어졌다.
전후에도 수만 명이 보복으로 처형당했고, 수십만 명은 강제수용소에서 고통을 받아야 했다. 독재에 맞선 저항 세력에 대한 탄압은 가혹했고, 감시와 고문, 공포가 국가통제의 무기로 사용됐다.
프랑코 독재는 물리적 탄압 외에도 전방위적 검열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카탈로니아어와 바스크어 등 소수 언어의 사용도 금지됐다.
프랑코 치하에서 여성들은 공화국에서 누렸던 많은 권리를 다시 빼앗겼고, 가부장제와 가톨릭 교리에 복종해야 했다. 또 내전으로 고아가 된 수만 명의 어린이가 파시스트 정부를 지지하는 가정에 입양(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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