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연금개혁은 이겁니다" 차관이 언론사에 뿌린 편지

2024-10-18

"가장 좋은 연금개혁 안은? 가장 빨리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이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언론사 간부들에게 보냈다. 편지 제목은 '연금개혁에 힘을 실어주시길 요청합니다”

수취인은 보건복지부를 담당하는 54개 언론사의 논설위원·사회부장·정치부장 등 간부 208명이다. 연금개혁 관련 각종 자료와 지난달 초 발표한 정부 개혁안을 동봉했다.

정부의 고위 관료가 특정 정책과 관련해서 언론사 간부들에게 서간문을 발송하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다. 이 차관은 "연금개혁의 절박함을 알리고 개혁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1988년 연금제도의 출발, 1998·2007년 두 차례의 개혁 과정, 미래의 모습 등을 죽 설명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보험료가 3%였고, 이후 15%까지 서서히 올리기로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이 차관은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얘기를 전했다. "개혁이 지연되면서 매일 885억원의 부채가 쌓이고 있다. 지금 질문하는 5분 사이에도 3억 원의 적자가 추가되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 차관은 "맞는 말이다. 2006년 한국개발원과 한국사회보험연구소가 '연금개혁이 되면서 후세대에 전가하는 부채가 하루 800억원'이라고 분석했고, 18년 사이에 하루 800억원이 885억원으로 더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9월 4일 연금개혁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 차관은 "연금개혁 안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 국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는 연금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이렇다.

"내년 이후에는 매년 중요한 선거 일정(지방 선거 2026년, 대통령 선거 2027년, 23대 총선 2028년)이 예정되어 있다.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국민은 연금개혁의 당위성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실제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불편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올해 연금개혁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간단하다. 모든 부담을 후세대, 즉 우리 아들·딸과 손자·손녀가 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부 개혁안에 들어있는 자동조정장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는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액 증가율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이 차관은 "이를 도입하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는데, 맞다. 급격한 저출생과 기대수명 연장으로 재정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연금 수령액의 감소를 현세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수령액이 감소하지 않는 만큼 후세대에게 부담이 간다"고 말했다.

지금의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40%'는 수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소득대체율 40%만큼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19.7% 내야 한다. 10.7%p가 부족한데 이게 후세대 추가 부담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 통제관을 맡을 때 네 종류 백신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 질문을 받고 '가장 빨리 맞는 백신'이라고 답했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 같다. 빠를수록 가장 좋은 개혁이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 끄트머리에 올해 연금개혁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행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지난 5월 국회 연금특위 논의를 지칭). 지난 26년간 보험료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오죽하면 ‘마(魔)의 10% 벽’이라 할까.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올해에 개혁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의 창은 2028년 후에나 열릴 수 있다. 그때는 이번에 합의된 13%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 차관은 조만간 노후 소득보장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두 번째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